업체앞에선 “강제할 법적근거 없으니 알아서” “비용부담 감수하며 누가 나서겠나” 비판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성인인증을 받을 때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게 하는 정보통신부 정책이 개인정보보호법 처리 지연과 정책담당자들의 소신없는 태도로 겉돌고 있다. 정통부는 31일 한국전산원에서 ‘인터넷상 주민번호 대체수단 도입 관련 공청회’를 열어, 인터넷 사이트들이 회원을 가입시킬 때 주민등록번호를 대신해 신청자의 본인 여부를 식별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 5가지를 제시했다. 정통부 방안대로라면, 인터넷 사이트들은 회원들의 본인 여부를 확인할 필요성 정도에 따라 ‘공인인증서’나 ‘가상주민번호’ 등 정통부에서 제시한 주민등록번호 대체 수단 가운데 하나 이상을 채택해, 네티즌들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지 않고도 회원 가입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주민등록번호는 평생 바꿀 수 없어, 한번 유출되거나 도용되면 계속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은 없앤 뒤 다시 받는 방법으로 언제든지 바꿀 수 있어, 유출되거나 도용됐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정통부는 주민등록번호 도용에 따른 사생활 침해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며,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을 사용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성옥 정통부 정보화기획실장은 “5가지 모두 한국정보인증과 한국신용정보 같은 민간기관에서 제안을 받은 뒤 개인정보영향평가를 거쳐 선정된 것”이라며 “모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는 현재의 방식보다 안전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통부는 인터넷 사이트들의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 도입 여부를 업체 자율에 맡기기로 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통부는 “도입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일단은 신규 사이트를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도입하게 하면서, ‘대체수단연구반’을 구성해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인터넷 업계와 네티즌들 사이에서 “도입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알아서 하라고 하는데 누가 비용부담을 감수하며 도입하려고 하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지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업체쪽에서는 따르기 어려운 방안”이라며 “인터넷 사이트들에게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을 도입하라고 강제하거나, 아니면 포털업체들이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 상품으로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을 도입하도록 정책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남 서울기독교청년회 열린정보센터 사무국장은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이 제정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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