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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0.10 21:46 수정 : 2016.10.10 22:43

배터리 교체 등 발빠른 리콜 승부수 실패
전세계 이상연소 현상 9건 보고된 상태
손실 2조원대 될 수 있다는 전망 나와
“브랜드 가치 하락이 더 문제” 시각도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의 발화 문제가 재발하면서 삼성전자가 다시 위기를 맞았다. 갤럭시노트7의 ‘운명’은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조사 결과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제품 결함으로 판정나는 최악의 경우 갤럭시노트7을 포기해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제조 공정만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가 사태를 키웠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일 갤럭시노트7을 전량 리콜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상 연소의 원인을 배터리로 지목하고 “배터리 공급사와 함께 불량 가능성이 있는 물량을 특정하기 위한 정밀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후 한국과 미국 등에 출시된 제품에 들어간 삼성에스디아이(SDI) 배터리 문제로 결론내렸다. 삼성전자는 국가기술표준원에 낸 ‘제품 수거 등의 계획서’에서 “특정 배터리 제조사의 셀 제조 공정 문제로 셀 내부 극판 눌림 등으로 음극과 양극이 접촉하여 과열 발생”이라고 불량 원인을 밝혔다.

그러나 이상 연소 주장이 처음 나온 지 9일 만에 내린 발 빠른 리콜 결정은 결과적으로 악수로 돌아왔다. 교환된 새 제품 발화 사례 제보는 미국 5건, 한국 1건, 중국 1건, 대만 1건 등 8건에 이른다. 미국의 주요 통신사인 버라이즌과 에이티앤티(AT&T), 티모바일(T-모바일) 등이 갤럭시노트7의 판매와 교환을 전면 중단하며 갤럭시노트7은 미국에서 판로가 막히는 상황에까지 처했다.

사태가 어디로 향할지는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이는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 조사 결과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제품안전위는 켄터키주 공항 여객기에서 발생한 연소 사고를 조사 중이다. 만약 교환 제품에서도 심각한 결함이 발견되고 미 당국이 무거운 처분을 내리면 갤럭시노트7의 설 자리는 크게 좁아진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따라 단종을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제조 공정상의 문제만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차전지 전문가인 박철완 박사(차세대전지이노베이션센터 초대 센터장)는 “국가기술표준원 안전자문위원회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는 새 갤럭시노트7을 출시한 9월 말에도 이상 연소의 원인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인에 대해 배터리로 답을 정해놓고 문제를 인식하다 보니 ‘배터리 외부, 폰 내부의 문제’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기술력의 한계 또는 수직계열화 등 부품 공급 문제로 나눠 보는 시각도 있다. 스마트폰은 두께는 얇게 하면서 시간은 오래가는 배터리를 만드는 양립하기 힘든 목표를 추구하며 개발돼 왔다.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크기에 비례해 용량이 결정되기 때문에 작으면서 용량이 큰 배터리를 만드는 것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2011년 출시된 첫 갤럭시노트의 두께는 9.7㎜였다. 갤럭시노트2(9.4㎜)와 갤럭시노트3(8.3㎜)까지는 두께가 얇아지다 2014년 갤럭시노트4의 경우 8.5㎜로 조금 두꺼워졌다. 올해 나온 갤럭시노트7은 7.9㎜다. 지난해 나온 갤럭시노트5(배터리 용량 3000㎃h)보다는 0.3㎜ 두꺼워졌지만 배터리 용량(3600㎃h)은 20% 증가했다. 방수·방진을 위해 밀폐된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용량은 최근 출시된 애플 아이폰7플러스(2910㎃h)와 엘지(LG) 스마트폰 V20(3200㎃h)보다도 크다. 한 스마트폰 개발 디자이너는 “배터리 용량을 키우면서 외부 두께 1㎜를 줄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품 수직계열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리콜 대상이 된 배터리는 삼성 계열사인 삼성에스디아이로부터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고, 중국 에이티엘도 배터리를 공급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삼성전자에 배터리를 납품하던 다른 업체들은 공급선에서 빠졌다. 협력업체들이 납품단가 문제 등으로 배터리 기술력을 쌓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상황이 악화되면 삼성전자의 손실 규모도 크게 불어날 수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존 판매분 리콜 대상 140만대와, 교환 또는 신규 판매된 100만대를 합쳐 환불 규모 등을 따지면 손실이 최대 2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손실액도 크지만, 소비자 신뢰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우려했다. 현재 세계 각국 공항에는 갤럭시노트7을 사용하지 말라는 게시물이 붙어 있어 브랜드 이미지 타격도 크다.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7이 21일 국내에도 출시될 예정인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는 주요 경쟁자와의 싸움에서도 더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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