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이재용 반대’ 권고…“주식회사 이사는 윤리도 중요”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삼성SDS 일감 몰아주기 등 문제삼아
“삼성전자 주주가치 훼손해 결격사유”

삼성, 갤럭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내놔
11월30일까지 갤럭시S7·S7엣지로 바꾸면
내년 삼성 최신 폰 교체때 기존 할부금 절반 면제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삼성전자가 안팎으로 뒤숭숭한 가운데 27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의견이 금융투자업계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지난 21일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이재용 후보는 삼성에스디에스(SDS)와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그룹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의 수혜자라는 점에서 사내이사로서 결격 사유가 있다고 판단”된다는 내용의 의안 분석 보고서를 보낸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삼성에스디에스와 삼성에버랜드(삼성물산에 합병)의 지분을 가진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재산은 이들 회사의 매출과 이익이 늘면서 크게 늘어난 바 있다.

서스틴베스트의 보고서는 ‘참고자료’이지만 국내 금융시장에서 용기 있는 의견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미국 아이에스에스(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찬성 의견을 냈다. 삼성전자 지분 8.69%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21일 “대주주의 책임경영 강화가 기대된다”며 찬성 의견을 밝혀, 주총에서는 표 대결 없이 이 부회장이 무난히 등기이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스틴베스트는 반대 의견 이유로 “‘일감 몰아주기’는 수혜를 주는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로 이와 관련된 자는 서스틴베스트 가이드라인상 이사 선임의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총수 일가가 권한과 혜택만 누리고 (등기이사 등의) 책임을 지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주주 이익을 수탁받는 등기이사에게는 윤리적 측면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반대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갤럭시노트7 문제와 관련해 이 부회장이 단종을 직접 지시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의 로웰 맥아담 등 미국 이통사 최고경영자들이 이 부회장에게 연락해 단종을 재촉한 뒤, 이 부회장이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을 불러 이를 지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3일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리콜을 독려하기 위해 11월30일까지 ‘갤럭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자사 제품인 갤럭시S7이나 갤럭시S7엣지로 바꾼 뒤,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S8 또는 갤럭시노트8로 다시 교환을 원하면 사용하던 갤럭시S7·S7엣지의 1년치 할부금만 받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래 최신 기종으로 바꾸더라도 기존 기기 값의 할부(24개월)는 완납해야 하는데 12회차만 납입하면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쓰던 기기는 반납하고 새로 구입한 갤럭시S8 또는 갤럭시노트8의 할부금을 다시 내야 한다. 1년(12회차)이 지나기 전에 새 제품 교환을 원하면 12회차까지의 잔여 할부금을 완납해야 한다. 하지만 추가 보상책이 자사 제품 구입 유도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내년 신제품 교환 때 기존 기기에 대해 나머지 12개월치(50%) 할부금을 면제해준다고 설명했지만, 기존 기기를 반납해야 하는 데다 새 제품 약정 기간이 다시 시작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반값 할인’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날 갤럭시노트7 리콜 대상자 520여명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소비자의 사용권이 침해받고 있고, 기기 점검과 교체로 불편을 입었다며 1인당 50만원씩 배상하라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