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1.10 15:24
수정 : 2016.11.10 16:50
메이플스토리M ‘계정 삭제’ 이용자들 “원상복구” 요구
넥슨, ‘소비자 과실’로 보상 불가 방침 고수하고 있지만…
약관 등 정보 제공은 ‘깨알’…“정보 제공 미흡하다”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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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계정으로 게임을 즐기던 한 유저의 메이플스토리M 초기 화면. 계정 연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이름과 함께 환영한다는 문구가 있어 계정 연동을 했는지 안 했는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쉽다는 의견이 많다. 사진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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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레벨까지 키우고 캐시 아이템으로 무장까지 했었는데, 스마트폰을 바꾸면서 캐릭터가 삭제됐어요. 어떻게 하죠. ㅠㅠ”
넥슨이 ‘메이플스토리M’을 이용하다가 스마트폰 계정 삭제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이용자들에게 “계정 복구 불가, 캐시 환불 불가” 방침만 되풀이해 이용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10월 출시된 메이플스토리M을 즐기던 대학생 김아무개씨는 스마트폰을 바꾸었더니 계정이 자동으로 삭제됐다. 부랴부랴 넥슨 고객센터에 질문해봤지만, 고객센터에서는 “되찾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메이플스토리M 공식 카페를 이용하는 한 유저(@kimh*****)도 스마트폰을 초기화 하면서 현금까지 사용해 꾸민 게임 캐릭터가 삭제됐다. 넥슨에 문의도 해보고 카페에 도움도 요청했지만, 역시 돌아온 답변은 “안 된다” 뿐이었다. 공식 카페 등에는 ‘계정 복구’ ‘캐시 환불’을 요구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현재 모바일 게임들은 페이스북 아이디나 구글 아이디로 게임을 하는 계정 연동 이용자들과, 연동 없이 게임을 하는 게스트 계정 이용자들로 구분돼 운영된다. 게스트 계정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을 바꾸거나 초기화하면 기존 이용하던 계정을 더는 쓸 수 없게 된다.
넥슨은 ‘고객 과실’을 이유로 환불 등을 거부하고 있다. 넥슨 쪽은 “게스트 계정 이용에 따른 문제 발생시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약관에 적혀 있고, 최초 이용자들의 게임 시작을 돕는 웹툰에서도 계정 연동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중간 중간 캠페인을 통해 정보 제공도 계속 하고 있다. 따라서 고객 부주의로 인한 과실은 보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넥슨의 정보 제공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넥슨 쪽이 밝힌 계정 연동 요청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정보 제공 조처들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최초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웹툰은 게스트 계정에 관한 문제만을 다룬 게 아니라 게임 이용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기 때문에 이 웹툰들을 모두 보지 않고서는 계정 연동에 관한 부분을 지나치기 쉽다. 약관을 모두 읽는 이용자들이 드문 상황에서, 약관에서 해당 문구를 찾는 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게스트 아이디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약관에 담긴 해당 문구는 A4용지 23쪽 분량의 약관 맨 마지막 부분에 담겨 있으며, 약관이 소개하고 있는 정책 10가지 가운데 10번에 해당한다. 모바일 버전 약관도 있는데, 총23조로 구성된 약관 10번째에 있지만, ‘게스트 계정’이란 표현 대신 ‘콘텐츠 이용’이라는 표현을 써 이해하기 어렵다. ‘계정 연동 캠페인’도 게임 안에서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이용자들에게 불편함을 줄 것을 우려해서인지 홍보 캠페인 배너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위치에 있는 등 소극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10일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가 200여만건이지만, 카페 가입자는 16여만명에 그쳐 공식 카페 홍보캠페인을 접하지 못하는 이용자들이 훨씬 더 많다.
넥슨 쪽은 “게스트 계정 이용자는 개인정보가 전혀 남아 있지 않아 피해 이용자들에게 도움을 줄 방법이 없다.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 운영 게임사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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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 직접 환불 요청을 요청한 한 유저가 넥슨의 ‘환불 불가’ 방침과는 달리 애플로부터 환불 승인 답변을 받았다. 사진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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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른 게임사들의 답변은 달랐다. 몇몇 게임사들은 “게스트 계정이라고 하더라도 ‘닉네임’ 등이 기록에 남기 때문에 신상이 확인되면 삭제된 계정 복구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게스트 계정의 경우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온 한 게임사는 “계정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결제 정보는 남기 때문에 캐시 피해 부분에 대해선 환불한다”고 말했다. 계정 복구도, 캐시 환불도 할 수 없다는 넥슨과는 달리, 삭제된 계정 복구 여부는 게임사 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결제된 캐시는 환불 가능하다는 게 공통된 입장이었다. 넥슨의 ‘캐시 환불 거부’ 방침이 어떤 스마트폰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낳는 모순도 발생하고 있다. 한 이용자는 넥슨의 비협조에 애플에 직접 문의를 남겨 애플로부터 환불을 진행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안드로이드 게임은 ‘첫 결제건’에 한해서만 구글이 직접 환불을 해주고, 이후엔 각 게임사가 결제된 금액을 자체적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애플 게임은 이용자가 앱스토어를 통해 결제하면 애플이 이를 각 게임사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넥슨이 현재 방침을 고수하면, 안드로이드 이용자들만 환불을 못 받게 되는 셈이다.
오류로 인해 계정이 삭제되는 문제도 공식 카페를 통해 접수되고 있지만, 넥슨쪽에서는 “개인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일축했다. 어플리케이션 개발자 김덕규(32)씨는 “피해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는 만큼 결국 넥슨이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넥슨 홍보팀 관계자는 “개발팀 등과 논의해 알아가고 있다”며 “계정 연동을 유도하는 홍보에도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덕관 기자
yd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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