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에어비앤비 약관에 시정명령
50%만 돌려주는 환불 정책 불공정
서비스 수수료도 돌려받지 못해
“시정명령 불응때 검찰 고발”
유럽 여행을 준비하던 김아무개씨는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 영국 런던의 아파트를 예약했다. 에어비앤비는 숙박공유서비스로 여행자가 현지인의 집 또는 방을 빌릴 수 있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서비스다. 김씨는 예약을 끝낸 뒤 숙소 주변에 가볼만한 곳을 검색하다 이곳이 우범지역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여행을 앞두고 안전이 걱정된 김씨는 예약을 한지 이틀 만에 예약을 취소했다. 그러나 예약을 취소한 김씨는 깜짝 놀랬다. 숙박 예정일까지 3개월 이상의 시간이 남았지만 김씨는 전체 숙박대금의 50%만(환불정책 가운데 ‘엄격’규정)을 돌려받았다. 나머지는 취소 위약금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세계적인 숙박공유서비스인 에어비앤비의 환불 정책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공정위는 20일 에어비앤비의 환불정책의 불공정약관 조항에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시정대상 내용은 숙박예정일로부터 7일 이상 남았어도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 숙박대금의 50%만 환불하는 조항과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에도 서비스 수수료(총 숙박대금의 6∼12%)는 환불하지 않는 조항이다.
공정위는 올해 3월 해당 조항의 시정을 권고했으나 에어비앤비가 정당한 사유없이 불응해 11월3일 시정명령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민혜영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에어비앤비가 시정명령도 따르지 않을 경우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에어비앤비가 숙박 예정일이 7일 미만으로 남았을 경우에도 숙박료 전액을 위약금으로 부과하고 있어 사실상 계약해지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숙박 예약을 취소하더라도 서비스수수료를 환불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하다고도 했다.
에어비앤비는 여행자에게 현지인의 집과 방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방을 빌리려는 여행자와 빌려주는 집주인이 쉽게 연결될 수 있어 가능했다. 도심 호텔 위주의 관광에서 현지인이 사는 골목으로 관광객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에어비앤비는 이 연결 수수료를 수익으로 삼아 성장해 현재 기업가치는 300억 달러에 이른다. 세계 1위 호텔 체인업체인 힐튼월드와이드를 이미 제쳤다.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에어비앤비는 현재 191개국 3만4천개 도시로 서비스를 확장한 상태다.
이른바 ‘공유경제’로 불리는 에어비앤비 등 ‘플랫폼 서비스’의 특징은 사실 소비자의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여행사 직원이 해주던 숙소 검색·예약·결제 등의 서비스를 이제 소비자가 직접 시간을 들여 해야한다. 그렇지만 우버·에어비앤비 등은 기존 서비스보다 낮은 가격을 무기로 해 이에 따른 중개 수수료를 따로 받는다. 소비자가 더 많은 노동을 들이면서도 기업에게 내야하는 돈 자체는 없어지지 않는 셈이다.
‘하버드 매거진’에서 20년 넘게 필진으로 활동한 크레이그 램버트는 ‘그림자 노동의 역습’에서 이런 시간과 노력을 그림자 노동이라 칭했다. 사람들이 돈을 받지 않고 회사나 조직을 위해 하는 모든 일을 말한다. 가구를 손수 조립하고, 인터넷으로 항공권과 숙박을 직접 예약하는 행위가 그 사례다. 램퍼트는 이 그림자 노동이 당장은 재화와 서비스를 싸게 구매할 수 있지만 “중산층 노예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정위는 “이번 조처는 국내 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다수의 소비자 불만을 야기하고 있는 에어비앤비의 환불정책에 대해 세계 최초로 시정을 명령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숙박 이외에도 자동차 공유 서비스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에어비앤비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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