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1.23 21:57
수정 : 2016.11.23 21:57
연간 생산능력 기준 40배 상향
자국 업체에 주도권 주려는 듯
국내 기업 “개정안 면밀히 검토”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업의 인증기준을 크게 높이는 방안을 추진해 삼성과 엘지(LG) 등 한국 배터리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3일 중국 신화통신과 상하이증권보 등을 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2일 공개한 자동차 배터리업계 모범기준 개정안 의견수렴 안에서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전지 생산기업의 연간 생산능력을 80억와트시(Wh) 이상으로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이는 종전 2억Wh에서 무려 40배 높인 것이다. 자동차 배터리 기업이 2년간 중대한 안전사고가 없어야 한다는 기준도 추가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모범기준 개정안이 배터리 기업의 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능력 개선과 구조조정 필요성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업계 관계자는 연간 생산 능력을 80억와트시로 높이기 위해서는 100억여위안(1조6980억여원)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이 기준을 달성한 기업은 비야디와 닝더스다이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업정보화부는 업계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초 개정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삼성에스디아이(SDI)와 엘지(LG)화학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의 중국 생산기지의 생산규모는 80억와트시에 훨씬 못미친다.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투자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를 하기에는 위험 요소가 커지고 있다. 이미 중국정부는 국내기업들에 대해 전기차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업체로 선정해주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는 인증업체로 선정되어야만 전기차 값의 절반에 근접하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전기차 시장과 산업을 육성하면서 국외 기업에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 중국 기업에게만 유리한 규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삼성에스디아이와 엘지화학은 지난 6월 제4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업체에서 탈락한 이후 5차 심사에서 재신청했으나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스디아이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개정 방향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완 기자, 연합뉴스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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