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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1.30 16:36 수정 : 2016.11.30 21:58

MS 기자간담회 열어 “오픈소스 회사로 탈바꿈” 강조
“리눅스재단 가입하고, 오픈소스 전문가 영입…”
빌 게이츠는 오픈소스 개발자를 “공산주의자” 라 지칭
오픈소스 시장 19조원 규모로 커지자 전략 수정 분석
“윈도와 오피스 소스코드는 공개하지 않는다” 이율배반

한국엠에스(MS)의 오픈소스 전략을 총괄하는 최주열 이사가 30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엠에스는 오픈소스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다. 빌 게이츠 엠에스 창업자가 최고경영자 시절 찢어 죽여야 한다고 했던 펭귄(리눅스 심볼) 사진이 프레젠테이션 메인 화면에 떠 있는 게 눈에 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소스를, 그리고 리눅스를 사랑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느닷없이 “오픈소스를 사랑한다”고 강조하고 나서 주목된다. 빌 게이츠 엠에스 창업자와 스티브 발머 전 엠에스 회장 등이 “오픈소스 프로그램을 코딩하는 사람은 공산주의자이고, 펭귄(리눅스 심볼)은 찢어 죽여야 한다”고 외쳐왔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엠에스 임직원은 자바 프로그램이 오픈소스라는 이유로 자바 커피 마시는 것을 거부하기까지 했다.

오픈소스란 소프트웨어의 설계도(소스코드)를 공개하고,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 내부를 뜯어보거나(리버스 엔지니어링) 개작하는 것도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상업용도 이런 조건이 붙으면 오픈소스로 간주한다. ‘그누(GNU)’ 같은 오픈소스 라이선스를 통해 이를 보장한다. 리눅스·자바·우분투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엠에스는 30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엠에스는 오픈소스 지원을 넘어 스스로 오픈소스가 됐다.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 자원을 모두 오픈소스화했다. 완전한 오픈소스 기업으로 재탄생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엠에스의 오픈소스 전략을 총괄하는 최주열 이사는 “내부적으로 논란이 많았다. 제 살 깎기 아니냐는 주장도 많았다. 하지만 이후 회사 매출과 주가가 모두 올랐다. 이를 계기로 자원을 오픈해 돈을 버는 전략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엠에스는 오픈소스 사랑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증거도 대거 내보였다. 엠에스는 지난해 3월 오픈소스 진영 커뮤니티 ‘이클립스 재단’에 가입했고, 최근에는 ‘리눅스재단’의 플래티넘 멤버가 됐다. 또한 오픈소스 기반 분석 솔루션 전문업체인 ‘레볼루션애널리틱스’를 인수했고, 핵심 자산인 에스큐엘(SQL) 서버(프로그램)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소프트웨어를 리눅스 위에서도 돌아갈 수 있게 했다. 리눅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레드햇과 전략적 제휴도 맺었다.

사티아 나델라 엠에스(MS) 회장이 2014년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엠에스는 리눅스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엠에스 제공
엠에스는 오픈소스 진영의 ‘아파치재단’ 대표를 임원으로 영입하고, 오라클의 리눅스전략 총괄을 스카우트했다. ‘오픈 데이 라이트’와 ‘오픈 에이피아이(API) 이니셔티브’ 등 리눅스재단이 관리하는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엠에스는 개인용컴퓨터(PC) 운영체제(OS)와 업무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한 지위를 바탕으로 설립 이후 줄곧 폐쇄적인 전략을 펴왔다. 이 전략에 따라 오픈소스 진영을 ‘박멸 대상’으로 꼽았다. 자바 프로그램을 개발한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향해 ‘썬 번’(썬을 태워버리겠다) 구호를 외치기까지 한 게 대표적이다.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시장 표준과 맞지 않는 독자 기준을 고집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자를 없애는 방식 등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을 황폐화하고 사용자들의 주머니를 턴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엠에스가 오픈소스를 사랑한다고 말을 바꾼 것은 오픈소스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부터다. 이른바 ‘닷컴’ 붐에 이어 클라우드 기술이 등장하고, 스타트업의 증가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오픈소스 시장이 장밋빛으로 바뀌자 전략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최 이사는 “2005년 빌 게이츠가 내부 메모를 통해 개방과 호환을 검토해보자고 제안했고, 사티아 나델라 회장이 2014년 10월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마이크로소프트는 리눅스를 사랑한다’고 말한 게 신호탄이 됐다”며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를 앞세워 연간 19조원 규모로 커진 오픈소스 시장을 먹자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엠에스는 ‘윈도’와 ‘오피스’ 등 핵심 소프트웨어 자원의 소스코드 공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분명히 못 박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엠에스가 오픈소스 회사로 탈바꿈한 게 아니라 오픈소스 시장을 먹기 위해 ‘오픈소스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진정한 사랑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오픈소스를 사랑한다고 강조할 게 아니라 윈도와 오피스 등을 오픈소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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