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2.18 15:52
수정 : 2016.12.18 21:37
이통사 1일부터 일방적으로 유통점에 특정사 장비 사용 의무화
이 장비 구비 안하면 신규 가입·기기 교체·요금제 변경 불가
유통협회 “정보통신진흥협회 지원하고 ㅂ사 특혜 주기 위한 것”
유통협회 법원에 가처분 신청…경실련은 방통위에 “배경 조사” 요청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지난 1일부터 ㅂ사의 신분증 스캐너를 사용해야 신규 가입이나 단말기 교체가 가능하도록 이동통신 가입 절차 등을 일방적으로 바꿨다. 고객의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이 장비에 꽂아야 작업이 진행되도록 했다. 이동통신 유통점들은 ‘슈퍼 갑’인 이통사들의 요구인데다, 새 절차를 따르지 않으면 애써 가입자를 유치해도 개통이 안 돼 매장마다 이 장비를 구비했다.
이통사들은 “고객 개인정보 보호와 위조 신분증 사용 차단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통점들은 “불법 개통과 대포폰 사용 등은 새 절차로도 막기 어렵다. 미래창조과학부 고위 공무원 출신이 부회장으로 가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새로운 사업거리를 만들어주고, 특정 스캐너 장비 업체에 특혜를 준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반발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통사들은 장비 구입과 운용 대행 등을 일괄적으로 정보통신진흥협회에 맡기며 지금까지 80억원가량을 지출했다.
이동통신 유통점들의 모임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통 3사 가운데 한 곳은 스캐너 장비 입찰 때 30~50%나 싸게 제안한 곳이 있는데도 ㅂ사를 납품업체로 선정했고, 다른 사업자는 입찰 절차도 없이 ㅂ사 제품을 받았다. 또 가격이 처음에는 대당 42만9천원으로 책정됐다가 논란이 일자 뚜렷한 설명도 없이 대당 30만원으로 바뀌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에 연루되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통협회는 이런 내용들을 근거로 법원에 새 절차 의무화를 중지시켜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협회는 ㅂ사 장비 사용을 일방적으로 의무화한 이동통신사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준비도 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가세해 방통위에 이통사들의 새 절차 도입 배경을 조사할 것을 요구하며, 방통위가 나서지 않으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새 절차가 제대로 된 홍보도 없이 시행되면서 소비자 불편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이동통신 대리점 대표는 “새 절차에 따르면, 이동통신 가입이나 단말기 교체, 요금제 변경 등을 하려면 반드시 신분증을 소지하고 저녁 7시30분까지는 지점이나 대리점에 도착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이를 몰라 헛걸음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방통위는 “사업자들이 자율로 바꾼 것”이라고 밝혔다. 이통사와 정보통신진흥협회 관계자들을 브리핑실로 불러 언론에 설명하게 하기도 했다. 이통사들은 유통점들의 장비 구매 부담을 줄여 논란을 잠재우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애초 장비 구매 비용을 유통점에 전가하려다가 유통점당 한 대에 한해 이통사 비용으로 장비를 구매한 뒤 10만원의 보증금을 받고 빌려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하지만 추가 수요분에 대해서는 대당 30만원씩 주고 사게 하고 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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