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헝가리 공장 직원 연수
CRT·PDP…산업 변화로 문닫은 공장
전기차 배터리 공장 신설로 재가동 준비
“헝가리에서는 새해에 복이 날아갈까봐 닭이나 오리 요리는 먹지 않아요. 대신 렌틸콩으로 만든 요리를 주로 먹죠. 새끼 돼지고기를 먹기도 해요.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기 때문이죠.”
삼성에스디아이(SDI) 헝가리 공장에서 일하는 루까취 다니엘은 설 연휴를 한국에서 보냈다. 삼성에스디아이는 헝가리 괴드시에 배터리 공장을 만들고 있는데, 이 공장 설비 준비를 위해 헝가리 직원들을 울산사업장으로 불러들였다.
“우리 대부분이 기숙사 생활을 처음 해보는데 여러명이 한꺼번에 사용하는 공용 샤워장을 보고 모두들 충격을 받아 한동안 적응이 어려웠어요.” 헝가리에서 온 직원들은 처음 왔을때만 해도 문화적 충격을 받았지만, 이제는 밥을 먹을때도 곧잘 젓가락을 쓰는 정도가 됐다. 이들은 이번 설 연휴를 맞아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경복궁을 관람한 뒤 떡국과 국수를 먹는 등 한국 문화 체험도 했다.
이들이 멀고먼 울산까지 와 연수를 받는 것은 삼성에스디아이가 약 4천억원을 들여 헝가리 공장을 배터리 공장으로 변신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헝가리 공장은 2001년 설립돼 2002년부터 브라운관을 생산한 뒤 2007년에는 피디피(PDP) 생산공장으로 변신했다. 7년 동안 PDP 모듈을 생산하다 엘시디(LCD)와 오엘이디(OLED)로 디스플레이의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생산을 종료했다. 산업의 변화로 문을 닫았던 헝가리 공장은 디스플레이 대신 종목을 바꿔 2018년말 배터리 공장 가동을 위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피디피 생산 종료와 함께 2014년 퇴사했던 까로쉬 라슬로도 이번에 한국을 찾았다. “(입사할) 당시에도 공장 셋업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항상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고 일했다. 멈춰 있지 않고 항상 변해야했던 업무가 즐거웠다.” 13년 동안 삼성에스디아이 공장에서 일했던 라슬로는 퇴사 뒤 프랑스 자동차 공장에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삼성에스디아이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에 들어간 뒤 97명의 직원을 채용했는데, 이들 가운데 39명이 과거 브라운관·피디피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직원이라고 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삼성에스디아이 헝가리 공장 직원들이 울산사업장 연수중 설연휴를 맞아, 서울 황학정 국궁전시관을 찾아 국궁을 체험하고 있다. 삼성SD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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