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1.31 15:06
수정 : 2017.01.3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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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중이거나 차 운전 중에도 갑작스럽게 출몰하는 포켓몬.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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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8일만에 이용객 750만명 기록 ‘흥행’ 성공했지만
운전중 추돌·빙판길 낙상·사유지 침입 등 잇단 사고에
동상 걸리거나 휴게소서 고속버스 놓치는 황당 사건도
누리꾼들 “타인 피해 줄이기 안전수칙 강제해야”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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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중이거나 차 운전 중에도 갑작스럽게 출몰하는 포켓몬.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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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고’가 강력한 한파에도 불구하고 출시 8일 만에 이용객 750만명을 기록하는 흥행 돌풍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용객들의 부주의에 따른 사고·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위험 지역은 물론 유명 관광지에 몰래 출입하는 등 국외 뉴스에서나 볼 법한 황당한 사례도 있어 ‘포켓몬고 매너’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켓몬고 관련 사고 사례는 주로 누리꾼들의 목격담 형식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운전자가 포켓몬을 잡다가 신호가 바뀐 것을 몰라 뒤 차에게 피해를 주거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버스 재탑승을 하지 않아 다른 승객들을 기다리게 하는 ‘민폐 이용객’들이 있는가 하면, 문화재 시설이나 대학가 잔디밭 등 사유지에 무단 출입하는 ‘불법 이용객’들도 있다.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탄 채로 포켓몬고를 하는 ‘곡예 운전 이용객’ 등 위험천만한 사례도 있다.
특히 포켓몬고 출시 후 설 연휴 특수를 누리면서 단기간 이용객이 증가한 것이 사고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꼽힌다. 설(28일) 당일에만 524만여명이 이용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들이 윷 대신 포켓볼을 던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귀경길·귀성길 이용객들이 많고, 본래 거주지역이 아닌 타지역에서 출몰하는 포켓몬을 잡을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도 한 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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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길에 등장한 포켓몬.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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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보니 빙판길 사고 등 ‘계절형 사고’도 자주 회자됐다. 박장균(30)씨는 “포켓몬고를 하며 걸어가다가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꼬리뼈를 다쳤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포켓몬고를 하던 아이가 밖에서 동상에 걸려 왔다”(똘*****)고 말했다. 인천 연수구에 거주하는 유아무개(26)씨는 “동네 호수 인근에서 포켓몬고를 하던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혹시라도 얼음이 깨져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군사기밀 지역이나 출입 제한 지역에 들어가 발생하는 ‘지역형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이아무개(29)씨는 경복궁·청와대 인근에서 포켓몬고를 하다가 경찰의 오해를 사기도 했다. 이씨는 “게임에 몰두하다보니 출입 제한 표지를 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강원도 속초에서만 포켓몬고를 즐길 수 있었던 지난해 7월에는 일부 이용객이 지뢰 위험지대로 들어가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자동차 등을 운전하며 포켓몬고를 이용하는 경우도 큰 문제다. 이동속도가 시속 30km를 넘으면 포켓몬을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차량에서 포켓몬고를 하는 이용객들이 느린 속도로 운전하면서 교통 체증이 유발되고 차주간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는 목격담도 적지 않다.
다른 나라에서는 일찌감치 포켓몬고 이용객들의 사고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바 있다. 지난해 7월 한 프랑스인이 ‘전설의 포켓몬’을 잡겠다며 인도네시아 군 기지에 들어갔다가 체포됐고, 캐나다에선 10대 형제가 미국 국경을 넘다가 국경수비대에 붙잡혔다. 영국에서는 10대 학생들이 외진 동굴에 들어가 실종됐다가 구조됐다. 지난해 10월 일본 아이치현에서는 포켓몬고를 하던 트럭 운전자가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도 발생했는데, 일본은 여전히 운전자의 포켓몬고 이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지난해 포켓몬고 출시 뒤 한 달 동안 적발된 전국 1140여건의 도로교통법 위반 사례 가운데 95%가 ‘포켓몬고 이용 중 운전’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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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은 올리고 포켓볼은 내리세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트위터를 통해 운전 중에 포켓몬고 게임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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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지요다구 아키하바라역 앞에서 포켓몬고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일본 시민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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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중 포켓몬 고 게임 이용자. 사진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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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 사이에서 “‘포켓몬고 안전 수칙’을 강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지난해 배포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AR 게임의 안전 수칙’에는 ‘운전이나 보행 중 게임 금지’ ‘위험지역이나 사유지 출입 자제’ 등이 담겨 있지만, 권고 사항으로 강제성이 없어 잘 지켜지지는 않고 있다. 김세영(38) 문화평론가는 “스마트폰 이용 운전자·보행자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못했는데, 포켓몬고는 이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며 “안전한 게임 이용은 물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안전 수칙 등을 철저히 지키는 이용자들의 인식과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덕관 기자
yd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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