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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06 15:02 수정 : 2017.02.06 15:46

GPS 조작해 특정 지역 출몰 포켓몬·아이템 획득
일반 이용자들 분통…“GPS 조작 안 하면 손해”
인증되지 않은 조작 앱 설치 악성코드 감염 주의

“포켓몬고, 추운 날 밖에 나가서 할 것 있나요? 집에 앉아서도 더 잘 할 수 있는데…”

포켓몬고 한국 출시 20여일 만에 희귀 포켓몬을 다수 수집한 이아무개(29·서울 구로구 오류동)씨는 안방에서 게임을 즐긴다. 포켓몬고는 이용자가 밖에 나가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게임인데, 이씨는 앉은 자리에서 스마트폰 조작만으로 위치를 이동시키며 포켓몬을 잡는다. 단숨에 ‘태초마을’인 강원 속초로 이동하는가 하면, 일본 등 다른 나라로도 자유자재로 이동한다. ‘쌘’ 포켓몬인 ‘가디’ 둥지로 유명한 한겨레신문사 인근으로 이동해 보이기도 했다.

이씨가 쓴 방법은 위치파악시스템(GPS)을 조작해 스마트폰이 인식하는 위치를 강제로 조정하는 것이다. 분명 ‘규칙’ 위반이지만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GPS 조작이 워낙 쉽다보니 너도나도 이런 편법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고도 했다. 이씨는 “주변 친구들 모두 GPS조작을 하는데, 혼자 열심히 발품 팔다보니 바보가 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포켓몬고 GPS 조작 화면. 왼쪽 사진에는 일반 이용자들의 화면에서는 볼 수 없는 지도와 자동 달리기 등의 기능이 달려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도를 켠 상태로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위험지역 출입 등 이용자들의 ‘안전 불감증’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포켓몬고가 이번에는 GPS를 편법으로 조작하는 ‘꼼수’ 이용자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거리로 나오게 하겠다”는 개발사 나이언틱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포켓몬고는 ‘위치기반’을 규정으로 하는 게임이어서 GPS 조작은 규제 대상이다. 그러나 시중에선 GPS 조작 앱을 쉽게 다운로드할 수 있다. 보통 구글 등에서 우회해 중국 앱을 다운받아 GPS조작 앱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이용자들은 이런 GPS조작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특정한 지역에서 출몰하는 포켓몬을 잡거나 포켓스탑(아이템을 얻는 거점)을 이용하는 경우, GPS 조작 이용자들이 일반 이용자들에 비해 훨씬 쉽다. 포켓몬을 많이 잡거나 진화시켜야만 할 수 있는 레벨업에서도 일반 이용자들은 상대적으로 뒤쳐질 수밖에 없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GPS 조작 안 하면 손해”라는 말이 돌고, GPS조작 이용자들과 일반 이용자들의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GPS 조작 정황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개발사 쪽에 신고를 해 억울하게 제재를 당했다는 유저들도 있다. 정보를 가진 이용자들만 포켓몬 부자가 된다는 ‘포익부 포익빈’이나 ‘포수저’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GPS 조작 이용에 대한 찬반 논란도 첨예하다. “규정 위반이기 때문에 당연히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대부분이지만, 일각에서는 “포켓몬 둥지나 포켓스탑이 도심에 밀집해 있어 지방 이용자들이 포켓몬고를 즐기기 어렵다”며 “GPS조작을 무조건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개발사 쪽은 묵묵부답이다. GPS 조작에 대한 법적 제재 수단이 없기도 하지만, 개발사 쪽의 ‘영구 정지’ 등 강력한 제재도 없다. 현재까지는 GPS 조작으로 물 위를 뛰어다니거나 산 속을 뛰어다니는 등의 이상 행동을 보이거나, 단시간에 먼 거리를 수차례 이동하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소프트밴(단기간 사용에 불편을 주는 제재)’ 조처를 취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게임 내에서 간단히 해제할 수 있다.

GPS 조작은 이용자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인증되지 않은 앱을 설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악성코드에 감염되기 쉽고, GPS 조작 상태에서 내비게이션을 실행할 경우 오작동할 가능성도 있다. GPS 오작동은 위급 상황 때 위치정보를 이용한 구조활동에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다.

유덕관 기자 yd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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