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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대가 찾는 아날로그 감성 |
디지털 세대의 행동은 때로 이해하기 힘들다. 흔히 디지털 감성과 아날로그 감성이 다르다고 표현한다. 그렇지만 디지털 세대라고 해서 완전히 아날로그 감성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최근 여러 현상에서 그것이 느껴진다.
우선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듣는 것에 싫증을 느낀 디지털 세대 중 시디(CD)만이 아니라 레코드판(LP)으로 관심을 돌리는 일이 늘었다. 근래의 언론 보도는 이를 입증한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해 영국의 레코드판 판매량이 재작년에 비해 53%나 증가한 320만장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디지털 세대를 포함한 남녀노소 모두에게 해당하는 얘기다.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흘려듣지 않고 실물로 보유하고 재생하는 것을 직접 보고 싶은 아날로그 감성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스마트폰 앱으로 일기나 글을 쓰는 것이 대세지만, 다이어리 인기도 여전하다. 교보 핫트랙스에서 12월 초중순에만 15만권 가까운 다이어리가 판매되었다. 직장인들도 구매를 하지만, 젊은 디지털 세대도 적지 않게 종이 다이어리를 산다. 일상과 생각을 펜으로 꾹꾹 눌러쓰고 싶은 욕구는 디지털 광풍에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어쩌면 아날로그 감성은 우리 본성과 맞닿았을지 모른다. 오스트레일리아 정신의학자 피터 쿡 박사는 엄마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상상한 후, 그 뒤에 엄마의 엄마, 또 그 뒤에 외할머니의 엄마 등등 쭉 늘어세우면 80킬로미터 정도 된다고 말했다.(<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스티브 비덜프 지음) 이렇게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는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은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어렵다.
물론 디지털 세대가 아날로그 감성을 소화하는 법은 다르다. 정성껏 쓴 다이어리를 꼬박꼬박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사진 찍어 올린다. 엘피판을 감상하는 모습도 디지털 기기에 담는다. 어쩌면 디지털 기기나 서비스에 아날로그 감성을 담아내는 것이 디지털 세대에게 더 와닿는 방법일지 모르겠다.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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