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3.02 18:51
수정 : 2017.03.02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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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루미노팀 부스에서 관람객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개발한 브이아르(VR) 보조기기를 써보고 있다. 가운데는 개발을 이끈 조정훈 릴루미노팀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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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 찾은 삼성전자 릴루미노팀
시각장애인 시각보조 VR기기 만들어
뿌옇던 글자 형체가 뚜렷하게 보여
10만원 안팎…관람객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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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루미노팀 부스에서 관람객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개발한 브이아르(VR) 보조기기를 써보고 있다. 가운데는 개발을 이끈 조정훈 릴루미노팀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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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언제 출시되죠? 시각장애인 친구가 있는데 꼭 필요해요.”
한 관람객이 삼성 브이아르(VR·가상현실) 기기를 써보더니 조정훈 ‘릴루미노’ 크리에이티브 리더에게 연신 놀랍다는 말을 했다. 한쪽 눈을 실명한 다른 관람객도 이 기기를 쓰고는 “아는 복지기관에 이걸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28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몬주익언덕 밑 피라바르셀로나 전시장.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나온 스타트업들이 모인 ‘4YFN’관에 삼성전자 씨랩(C-Lab) 과제 4팀이 부스를 차렸다. 이 가운데 저시력자와 시각장애인의 독서와 텔레비전 시청을 돕는 기어 브이아르용 시각보조 솔루션을 만든 ‘릴루미노’ 팀을 만났다.
조정훈 릴루미노 리더는 앞이 뿌연 안경을 써보라고 했다. 실제 시각장애인이 느끼는 시야를 구현하려고 만든 안경인데, 앞에 있는 글자를 읽을 수가 없다. 그러고는 스마트폰이 장착된 브이아르 기구를 안경 위에 썼다. 신기하게도 앞에 있는 글자가 점점 뚜렷이 보이기 시작해 읽을 수 있었다.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깔고 브이아르 기기로 보면 글자를 읽을 수 있게 구현했습니다.” 조정훈 리더는 관람객들의 좋은 반응에 얼굴이 상기돼 있었다. 이 기기는 앞에 보이는 영상을 이미지 처리해 시각장애인들이 인식하기 쉬운 형태로 제공한다. 굴절장애·변시증·백내장 등으로 시각장애를 겪는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 “시장에 비슷한 제품이 나와있긴 한데 1000만원 넘는 고가예요. 이 제품은 브이아르 기기 구매가를 합쳐도 10만원 안팎이면 장만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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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루미노팀의 조정훈 크리에이티브 리더가 자신이 개발한 시각장애인용 브이아르(VR) 보조기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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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아르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몇년째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다. 브이아르 기기를 쓰면 360도 영상이나 가상현실을 볼 수 있어, 미래가 유망한 사업 분야로 일컬어졌다. 하지만 기기를 쓰면 어지럼증이 생기거나, 쓰임새가 놀이기구 등으로 한정되면서 시장은 생각보다 커지지 않았다. 릴루미노팀의 생각은 브이아르 기기를 오락용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쪽으로 미쳤다.
조 리더가 이 기기 개발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 6월이다. 16년차 개발자인 그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씨랩에 브이아르로 시각장애인을 돕겠다는 아이디어를 들고 도전했다. 지원 과제로 선정된 뒤 팀원 두 명을 더 모아 본격적으로 개발에 나섰다.
“시각장애인들의 여가활동의 92%가 텔레비전 시청이라는 기사를 봤어요. 시각장애인 가운데 아예 보지 못하는 ‘전맹’은 14%이고, 나머지 86%는 명암을 구분하거나 어렴풋이 볼 수 있는 이들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 브이아르를 떠올렸죠.”
팀 이름은 라틴어로 빛을 되돌려준다는 뜻인 ‘릴루미노’로 정했다. 시제품을 들고 장애인복지관을 찾아다녔다. 복지관 1층에 앉아 기다리다가 나오는 시각장애인을 붙잡고 기기를 써보게 하며 연구를 계속했다. 그는 “자신의 손가락 개수만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각장애인이 기기를 쓰고는 글씨를 읽는 것을 보고는 ‘아, 이거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굉장히 기뻤다”고 했다. 이 혁신적인 제품은 1월부터 임상실험에 들어갔다. 5월께 결과가 나오면 제품화가 논의될 예정이다.
바르셀로나/글·사진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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