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3.06 22:34
수정 : 2017.03.06 22:52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최근 한 전문가 포럼은 인공지능 시대에 한국이 정책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다뤘다.
주제 발표는 앞선 나라들의 인공지능 연구에 비해 우리나라의 개발 역량과 환경이 미진하므로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적극적으로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교육에 집중해 새로운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이어서 인공지능 기술 발달은 산업만이 아니라 직업과 복지 등 사회 체계에 광범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기본소득 논의와 노동자 재교육 시스템 강화처럼 인공지능 기술로 인한 각종 부작용에 정책적 차원에서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발제가 뒤따랐다.
주제 발표에 이어 진행된 전문가들의 토론에서 열띤 공방이 오고 갔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정부, 학계, 기술업계가 인공지능 시대가 불러올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정책 권고를 제시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인공지능 시대에 예견되는 격차 확대와 양극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국제적으로 인공지능 기술 개발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선도국을 따라잡아야 할 우리나라는 지금 기술 발전에 매진할 때이지 부작용 고민에 신경 쓸 단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첨단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공학자들과 기술로 인한 사회문화적 영향을 고민하는 인문사회학자들 간에 벌어지는 기술사회학 논의이다. 기술의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 정책 당국과 산학연의 개발자들은 뒤늦게 이 분야에 뛰어들어 단기간 내 선진국 따라잡기를 목표로 하는 한국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반론을 편다. 한마디로 선진국이나 고민할 문제이지 갈 길 바쁜 한국엔 한가하고 배부른 고민이라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신기술 채택 속도는 세계 으뜸이다.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15년 한국을 산업용 로봇 채택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로 꼽았다. 한국은 2025년 제조업 노동력의 40%를 로봇으로 대체하고, 로봇으로 인해 향후 10년간 인건비를 33% 감축할 것으로 전망됐다. 어느 곳보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영향과 부작용이 클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인공지능은 엔진이나 전기처럼 광범하고 보편적인 기술로 평가된다. 기술 변화와 사회 변화가 어디까지 미칠지 전망하기도 어렵다. 인공지능 연구개발을 둘러싼 논란에서 아프리카 속담이 떠오른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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