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3.14 16:46
수정 : 2017.03.14 17:51
Weconomy |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요즘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한결같이 ‘고객 맞춤형’을 강조한다. ‘고객 맞춤형 광고’와 ‘고객 맞춤형 정보’ 등을 앞세운다. 이를 위해 고객 개인정보와 온라인 서비스 이용행태 정보를 알뜰히 수집하고 ‘빅데이터’를 통해 필요한 데이터를 마케팅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상태로 뽑아내고 있다고 자랑스레 말한다.
이용자 쪽에서는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정보나 광고를 알아서 골라 제공해주니 편하다. 사업자들의 수고에 박수를 보내며 고마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자신이 상대에게 간파당했다거나, 정보를 악용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며 불안하기도 하다.
웹 창시자 팀 버너스리 “대항하라” 호소
“웹 이용자 개인정보 통제권 상실 큰 문제”
“내가 왜 이 정보 보게 됐는지 설명 요구”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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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와이드웹 창시자 팀 버너스리. 웹 파운데이션 누리집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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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전 월드와이드웹(WWW·이하 웹)을 창시한 팀 버너스리는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버너스리가 웹 탄생 28주년을 맞아 ‘웹 파운데이션’ 누리집에 올린 글에서 “최근 들어 뚜렷해진 3가지 흐름이 웹의 장점을 위협하고 있다. 웹이 인류의 삶에 혜택을 주기 위한 도구로 계속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이 대항해야 한다”고 호소해 화제가 되고 있다.
버너스리는 웹을 위협하는 첫번째 요인으로 “웹 참여자들이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 능력을 잃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두번째로는 가짜 뉴스의 확산, 세번째로는 무분별한 정치 광고를 꼽았다. 이를 통해 인터넷기업들이 개인 맞춤형 마케팅을 통해 돈을 벌면서 정치권력과 ‘협업’까지 하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고 봤다.
버너스리의 글을 보면,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과 온라인광고·전자상거래 회사들이 누리꾼들의 웹 이용을 추적해 수집한 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하거나 제3자에게 팔아 돈을 벌면서 정치권력에도 넘겨주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이용자들은 아무런 통제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국가는 기업을 앞세워 온라인 서비스 이용자들의 행태에 대한 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률을 연이어 통과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은 가짜 뉴스를 범람하게 만든다. 사업자들은 맞춤형 마케팅 전략에 따라 사용자가 클릭할 것 같은 콘텐츠를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데, 이게 충격적이거나 편견을 자극하는 잘못된 정보와 가짜 뉴스 등을 퍼지게 한다. 비윤리적인 온라인 정치 광고가 성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타깃 마케팅은 정치 캠페인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데, 이게 유권자들을 가짜 뉴스 사이트로 유도하거나 여론조사와 다르게 생각하도록 만든다.
버너스리는 해결 방법으로 “인터넷 업체들이 개인정보 통제권을 사용자들에게 돌려주게 할 것”을 제안했다. 온라인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생성된 데이터의 소유권을 이용자가 갖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저장할 공간을 선택하고, 접근을 허용한 애플리케이션만 와서 허가받은 데이터만 읽을 수 있게 하는 개념의 ‘솔리드’ 프로젝트 추진 사실도 공개했다.
요즘 사람들은 웹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구 반대편 사람들과 소통하고, 웬만한 정보는 검색 서비스를 통해 클릭 몇번으로 손에 넣는다. 그런데 기업들이 맞춤형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이를 위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와 이용내역을 마구 수집해 국가권력에 넘겨주기까지 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버너스리는 안주하거나 방관하지 말고, 따지고 대항할 것을 주문한다. 그는 “이용자들이 국가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감시에 맞서면서 구글과 페이스북 등에 왜 내가 이런 정보를 보게 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해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웹이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단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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