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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한국의 디지털 교육 현실 |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에 사는 한인 학부모와 태블릿을 이용한 학교 교육 실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딸이 다니는 사립 고등학교는 최근 종이가 없는 수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교과서는 전자교과서로 바뀌었고, 수업을 아이패드로 한다. 과제물 제출과 시험도 당연히 아이패드로 이루어진다. 중학교 때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수업을 하였던 그 딸은 새로운 방식을 편하게 받아들인다고 한다.
미국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태블릿을 이용한 교육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퓨처소스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미국 초중등학교에 보급된 태블릿 컴퓨터는 1260만대로 전년 대비 18%가 늘었다. 디지털 시대의 핵심 경쟁력인 인적 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미국 정부와 사회의 노력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디지털 교육 현실은 어떨까? <한겨레> 3월6일치를 보면 서울시 관내 중학교 384개가 보유하고 있는 교육용 컴퓨터는 1만2355대로 한 학교에 40대가 채 되지 않고, 그중의 50.8%가 5년 넘은 낡은 기종이라고 한다. 아이패드와 크롬북 같은 모바일 컴퓨터는 전체 보유량의 10%도 안 되는 수준이다. 그런 현실인데도 정부는 내년부터 중학교에 연간 34시간의 ‘정보’ 과목 이수를 의무화하였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가맹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컴퓨터를 이용한 교육 실태에 따르면 한국은 컴퓨터의 교육활용지수가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변변한 장비,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 하나 없이 우리 아이들은 게임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빠져 미래를 준비해야 할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모두 제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속에 우리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기성세대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고 있다. 250명의 단원고 어린 생명을 차가운 바다에 내던진 우리 사회의 무지와 무관심, 그리고 비겁함이 디지털 미래에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이재포 협동조합소요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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