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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09 17:10 수정 : 2017.04.10 09:54

대법원이 7일 경품행사로 대량 수집한 고객 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긴 혐의로 기소된 홈플러스에 대한 1·2심의 무죄 선고를 파기하자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모습. 연합뉴스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 동의 절차 손질 불가피
“기존 절차로 동의받은 것 새 절차로 다시 동의받아야 할 수도”
미적대다가는 홈플러스 꼴 날 수도 있다며 ‘비상’ 분위기
시민·사회단체들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보호 계기” 환영
유엔 인권이사회도 특별결의 통해 “개인정보 매매 동의 절차 손질” 촉구

대법원이 7일 경품행사로 대량 수집한 고객 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긴 혐의로 기소된 홈플러스에 대한 1·2심의 무죄 선고를 파기하자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모습. 연합뉴스

금품을 앞세우거나 깨알 같은 글씨를 사용하는 ‘꼼수’로 고객 개인정보 수집·활용·제공에 대한 동의를 받는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1·2심 판결과 달리 ‘철퇴’를 가하면서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이용약관의 개인정보 수집·활용·제공 동의 절차를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춰 정비해 다시 동의를 받는 작업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9일 기업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법원 판결로 고객 개인정보를 수집·활용해 맞춤형 서비스와 빅데이터 사업 등을 추진 중인 통신사와 대형 유통업체 등이 발칵 뒤집혔다. 대다수가 고가 경품을 앞세우거나 깨알 같은 글씨로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 동의를 받아왔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 유통업체 임원은 “기업들의 동의 관행을 뒤엎는 판결이다. 일단 대법원 판결문을 구해 법률 자문을 받아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또 한 이동통신 회사 임원은 “맞춤형 서비스와 빅데이터를 위한 사전 동의 절차에 대한 전면 손질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당장 고객 정보를 수집하는데 관여한 홈플러스와 임직원은 물론 이 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한 보험사 임직원들은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 참여연대·경실련(소비자정의센터)·진보네트워크 등이 피해자들과 함께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불리하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지난 7일 경품 행사로 고객 개인정보를 대량 수집해 보험사에 팔아넘긴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홈플러스와 전·현직 임직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광고 및 경품행사의 주된 목적을 숨긴 채 사은행사를 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오인하게 한 다음 경품행사와는 무관한 고객들의 개인정보까지 수집하여 이를 제3자에게 제공했다”며 “이는 (법이 금지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 취지를 설명했다. 개인정보 활용을 고지한 글자 크기가 1㎜에 불과한 점에 대해서도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정한 수단을 통한 개인정보 동의’”라고 판단했다. 홈플러스는 2011~2014년 10여차례 경품행사 등을 벌여 모은 고객 개인정보 2400만여건을 231억7천만원을 받고 보험사에 넘긴 혐의로 2015년 2월 기소됐다.

1·2심은 응모권에 ‘개인정보가 보험회사 영업에 활용될 수 있다’는 내용 등 법률상 고지해야 할 사항이 모두 적혀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 크기 고지사항도 “사람이 읽을 수 없는 크기가 아니며 복권 등 다른 응모권의 글자 크기와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보호 등에 관한 법’은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 등에 대한 동의 방식에 대해 ‘명시적이고 개별적이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해왔고, 정부도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라는 명분으로 기업 편을 들어왔다. 이런 분위기에 대법원이 제동을 건 셈이다.

앞으로 기업들은 개인정보 수집 관행을 바꿔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한 대형 유통업체 임원은 “이번 판결로 고객 개인정보를 수집해 활용해온 기업 대다수가 법 위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정부 말을 믿고 따랐다가 날벼락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진보네트워크의 장여경 활동가는 “기업들이 형식적으로 고객의 동의를 얻어 수집한 고객 정보를 보험사 등에 판매하는 행위는 법 위반이라는 판결이다. 향후 이런 관행을 기업이 바꿔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유엔 인권이사회도 지난 3월22일 ‘디지털시대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특별결의를 통해 “기업들이 명시적이고 충분한 설명 없이 개인정보의 판매, 재사용, 다목적 재판매 등을 하고 있어 우려된다”며 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이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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