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4.10 14:30
수정 : 2017.04.1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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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카메라 개발 연구원들이 순간포착 화면을 잡는 것처럼 멈춰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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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전자, 스마트폰 카메라 개발연구팀 인터뷰
미국·중국은 불그스름한 이미지 선호
동남아시아는 포토샵 효과 최대치로
개발 방향은 화소에서 듀얼로 이동
“개발 과정은 시간과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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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카메라 개발 연구원들이 순간포착 화면을 잡는 것처럼 멈춰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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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서 카메라는 중요한 차이점이 됐다. 디자인과 브랜드를 제외하고 일반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살 때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게 카메라다. 서울의 올림픽대로 곁에 선 대형 애플 아이폰 광고판도 모두 “찍다”를 강조한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최근 화소 경쟁을 넘어 다양한 부가기능으로 대결을 옮기고 있다. 올 2월 스마트폰의 기술 경향을 보여주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출품된 스마트폰들 가운데 눈여겨볼 만한 기능은 듀얼카메라였다. 세계시장 점유율 3위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가 새로 내놓은 P10에 듀얼 카메라를 달았고, 엘지(LG)전자도 지난해 V20에 이어 올해 G6에도 듀얼을 장착했다. 애플은 지난해 이미 아이폰7 플러스에 탑재한 바 있으며 삼성전자도 올 하반기 내놓을 대화면 스마트폰에는 듀얼카메라를 넣을 것으로 시장은 예측하고 있다. 격화되고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 전쟁, 그 현장에 있는 카메라 개발 연구원들을 지난달 17일 서울 가산동 엘지전자 MC연구소에서 만났다.
“엘지폰 뿐만 아니라 애플, 삼성 폰을 쓰고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고객 조사를 했다. 스마트폰 기능 가운데 어떤 것이 가치가 있냐 물었는데 광각이 1위였다.” 김문진 엘지전자 상품기획 대리는 스마트폰에 듀얼카메라를 장착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전에는 찍을 수 없었던 영역인데 ‘광각’이 되면서 가능해졌다.”
스마트폰 카메라 개발 방향의 흐름으로 떠오른 듀얼카메라는 말 그대로 렌즈를 두 개 장착하는 것을 말한다. 엘지의 G6의 경우 일반각 카메라와 광각 카메라를 배치했다. 화웨이는 컬러와 모노 렌즈를 넣었다. 김지생 엘지전자 책임연구원은 “듀얼에 일반 렌즈와 망원 렌즈를 넣을 수도 있다. 제조사가 어떤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엘지 G6는 후면 듀얼카메라가 각각 71도, 125도의 화각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한 화면에 담기 어렵게 많은 사람이 서 있을 경우, 스마트폰을 든 사람이 이전에는 뒤로 물러서야 했다면 듀얼카메라는 광각 기능을 누르면 스마트폰에 담을 수 있는 화면(125도 크기)이 더 커져 그 자리에서 움직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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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각과 일반각으로 찍으면 한눈에 들어오는 사진 이미지 크기가 다름을 알 수 있다. 일반각 촬영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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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각 촬영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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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로 스마트폰 카메라가 바뀌고 있는 것은 화소 경쟁이 더는 무의미해지는 단계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화소란 화면을 구성하고 있는 최소단위의 명암의 점이다. 화면 전체의 화소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정밀하고 상세한 재현화면을 얻을 수 있고 이를 '해상도가 높다'라고 표현한다. 최근 삼성전자가 공개한 스마트폰 갤럭시S8은 전면 800만 화소, 후면 12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했다. G6는 전면 500만 화소, 후면 듀얼 1300만 화소 카메라를 달았다.
최종태 엘지전자 책임연구원은 “1300만 화소와 1600만 화소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보면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된다. 물론 500만 화소와 1600만 화소 사이에는 차이가 생긴다. 더 화소가 높아지긴 하겠지만 메모리나 프로세서 속도도 맞물려 올라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스마트폰의 발달로 사진을 찍는 손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깨끗한 화질의 이미지를 얻기는 쉬워졌다. 이제는 몇만 화소 카메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찍는 사람 입장에서 보기 좋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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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G6 카메라 부가기능 그리드샷으로 인터뷰에 응한 LG전자 연구원들을 찍었다. 한 장씩 넉 장을 찍으면 자동으로 합성된다. 왼쪽 위부터 김문진 MC상품기획팀 대리, 최종태 MC카메라팀 책임연구원, 김지생 책임연구원, 정상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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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스마트폰 카메라 개발자들의 연구는 더욱 섬세해지고 있다. 김지생 책임연구원은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을 스마트폰에 남기다 보니 개발과정에서 매우 많은 테스트를 했다. 음식점·놀이공원·기차 등 놀러 갈만한 곳을 다 찾아다니며 스마트폰으로 찍었다”고 설명했다. 몇장이나 찍었는지 물어보니 “연구원의 애로사항은 하드드라이브 디스크 용량이 모자르다”는 답이 돌아왔다. 최종태 연구원은 “임원부터 직원까지 회사 내 모든 사람이 테스트 사진을 개발팀에 보내온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웃었다.
판매 국가에 따라 카메라 설정도 달라진다. 최종태 연구원은 “소비자의 눈이 대륙마다 다르다. 미국이나 중국은 불그스름한 이미지를 좋아해 국가에 따라 카메라 화질이 약간씩 다르다”고 했다. 김지생 연구원은 “한국은 얼굴이 뽀얗게 나오는 ‘포토샵’이 들어간 것 같은 이미지를 좋아하고, 북미는 그렇게 하면 ‘내 얼굴과 다르다’고 좋아하지 않는다. 여드름·기미·주근깨가 다 보여야 한다고 한다. 각기 다른 전 세계 고객의 감성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콩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 지역은 포토샵 효과를 최대로 높인다고 했다.
찰나를 찍는 스마트폰 카메라이지만 찰나를 만드는 개발자에겐 순간순간이 고비다. ‘매치샷’과 ‘가이드샷’ 등 재미있는 카메라앱 ‘스퀘어’를 개발한 정상교 엘지전자 수석연구원은 “카메라가 주목을 너무 받다 보니 프로젝트 시작 때부터 개발 방향이 정리되기 쉽지 않다. 소비자의 선호에 따라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그때그때 기능을 추가하다 보니 출시까지 실제 기능 개발에 들여야 하는 시간은 쫓긴다”고 했다. 반년 또는 1년마다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이 향상되는 시대, 한숨 돌린 이들은 다시 연구소로 돌아갔다.
<카메라 개발 연구원이 전하는 스마트폰 사진 잘 찍는 법>
1. 격자 표시를 이용하라. 이거 하나만 해도 구도를 잡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2. 사진을 찍기 전 렌즈를 한 번씩 닦아라. 닦지 않아 흐리게 나오는 경우 많다.
3. 밤에는 전문가 모드로 사진을 찍어보라. 좀 더 좋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4. 푸드 모드 사용해보라. SNS에 훌륭하게 올릴 수 있는 음식 사진을 만들 수 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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