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업계, ‘리니지2 레볼루션’ 청소년 이용 불가 ‘날벼락’

게임물관리위 “아이템 유료 거래 사행성 조장”
출시 뒤 사후 심의서 청소년 이용 불가로 재분류
넷마블게임즈 가처분 신청 냈다가 기각되자 항고
아이템 거래 기능 넣은 다른 업체들도 ‘전전긍긍’

게임물관리위원회(게관위)가 지난해 12월 출시된 넷마블게임즈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 레볼루션’의 이용 등급을 ‘청소년 이용 불가’로 재분류해, 모바일게임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21일 게임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게관위는 지난 10일 리니지2 레볼루션의 이용 등급을 ‘12살 이용 가능’에서 ‘청소년 이용 불가’로 재분류해 통보했다. 게관위는 등급 재분류 배경에 대해 “이용자간 아이템 거래를 허용하는 것은 청소년에게 사행심을 조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가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된 2009년 이후 아이템 거래를 허용하는 게임은 일관되게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부여해왔다”고 밝혔다.

게관위는 발빠른 개발과 출시가 중시되는 모바일게임에 대해 업체 자율로 이용 등급을 매겨 출시하도록 한다. 대신 사후 심의를 벌여 등급이 잘못 분류됐다고 판단되면 재분류 결정을 해 통보한다.

넷마블은 게관위 결정으로 청소년 이용자를 포기해야 할 처지로 몰렸다. 또 성인 인증 절차가 없는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서는 더이상 게임을 공급할 수 없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리니지2 레볼루션의 매출의 90% 가량이 30~40대에서 발생해, 청소년 이용 불가 결정으로 매출이 크게 줄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성인용’ 딱지가 붙으면서 이용자층을 두텁게 했던 청소년 이용자들이 사라지고, 아이폰 사용자는 사용하지 못하는 게임이란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넷마블은 게관위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되자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게관위 결정이 타당한지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취지다. 내부적으로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12살 이상 이용 가능 등급에 맞도록 게임을 손질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6월 온라인게임 ‘리니지’를 모바일게임으로 리메이크한 ‘리니지M’을 출시할 엔씨소프트도 고민에 빠졌다. 아이템 유료 거래 기능을 빼 12살 이상 이용 가능 등급에 맞추자니 30~40대 성인 이용자 공략에 차질이 빚어질 것 같고, 청소년 이용 불가로 하자니 성인용 게임을 출시했다는 소리를 들어 회사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아이템 유료 거래 기능은 다른 모바일게임들도 상당수 채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게관위 잣대대로라면 여러 모바일 게임이 등급 재분류 대상이 된다. 리니지2 레볼루션의 흥행과 리니지M의 출시 일정 발표로 모처럼 신바람이 나던 국산 모바일게임 시장이 얼어붙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가 게임업체에 종사하고 있어 활로가 열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준용씨는 티노게임즈라는 게임업체의 등기이사이자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다. 티노게임즈는 ‘마제스티아’란 이름의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을 곧 출시할 예정이다.

김재섭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