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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09 10:31 수정 : 2017.06.09 10:32

게티이미지뱅크

Weconomy | 김국현의 IT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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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이 대표
돌아온 알파고는 덜렁 컴퓨터 한 대였다. 물론 올해 발표된 구글의 신형 인공지능 전용 반도체(TPU)로 만들었다지만, 다른 회사 칩으로 못 만들 구성도 아니었다. 이런 기계야 승용차 한 대 값이면 조립하고도 남는다. 세계 최강이라는 커제마저 물리친 알파고는 그렇게 일용품이 되어 가고 있었다. 바둑도 결국 입력이 있으면 출력이 있는 함수에 불과했고 이는 컴퓨터가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지난 1년간 우리 사회에 숱한 화제와 충격을 안겼던 알파고는 이번 싱거운 게임을 끝으로 바둑 은퇴를 선언했다. 바둑은 깊이가 남다른 인간만의 유희라며 우리 마음대로 생각하고 또 우리 마음대로 충격도 받고 그랬던 지난 1년이었다. 알파고는 결국 인간이 잘하는 일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것은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는 도구를 만드는 일이다. 인류 역사는 자신을 초월하는 도구를 만드는 역사였다. 그 산물은 인간이 상상도 못 하는 일을 해낸다. 힘도 세고 달리기도 잘하고 하늘을 날기도 한다. 돌이켜 보면 인간이 초월하려 애썼던 자신의 능력은 육체적 능력만이 아니었다.

거리마다 주산 학원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인간이 만든 훌륭한 계산 도구 주판. 하지만 상고가 정보고로 바뀌듯 주산도 암산도 모두 전자계산기에 자리를 내줬다. 과거(科擧)도 입시도 고시도 결국은 암기였다. 뭣 좀 외워 본 사람을 유능하다 했다. 하지만 닳도록 외우던 법조문쯤은 어느새 검색어 한두 개로 1초 만에 튀어나오는 세상이다. 암기의 힘으로 소년 급제한 인재들, 별로 지혜롭지도 공평하지도 않다는 것을 이제 모두 깨닫고 있다. 하드디스크와 싸우던 인재라니 인제 와서 별 소용 없다. 심지어 판단이나 창의성처럼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모호하고 추상적인 일들도 충분한 데이터와 충분한 연산능력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합당한 결과를 뽑아내는 시대니 말이다.

하지만 기계는 인간에게 너의 두뇌란 왜 그 모양이냐며 우리의 필요성을 의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빈정거림은 아직 인공지능의 연료로 쓰일 만큼 정제·가공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없다면 인공지능이라는 함수는 답을 내지 못한다. 처음에 기보를 입력하지 않았다면 알파고가 없었을 것이다. 알파고 등 현대 인공지능이 전적으로 의존 중인 딥러닝이라는 것도 결국은 사진이나 기보와 같은 패턴을 인식하거나, 인간의 언어와 같은 시계열 데이터를 처리하거나, 아니면 정보를 해석하여 새롭게 생성하는 등 몇 가지 계통의 조합이 전부다. 모두 입력이 있기에 출력이 가능한 함수다. 조만간 자신의 입력을 스스로 조종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더라도, 바둑 한 수 한 수에 감탄과 탄식을 연이어 가는 사람들의 감정, 창문을 내리고 고속도로를 질주할 때 느끼는 해방감, 어려운 문제를 자력으로 풀어냈을 때의 청량감 등은 우리가 가르쳐 주지 않으면 입력받지 못할 것이다.

자동차를 타면 그만인 42.195km를 우리는 애써 힘겹게 달린다. 가공식품이 천지지만 손맛이 무엇인지는 안다. 우리의 일도 공부도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논어가 이야기하듯 "위인지학(爲人之學)"이 아니라 "위기지학(爲己之學)"에 힌트가 있을지 모르겠다. 즉 남에게 인정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온전한 나를 이루기 위한 삶을 계속할 수 있다면, 기계가 지배한 세상에도 내가 할 일은 분명 어딘가 있을 것이다. 데이터만 주면 뭐든지 만들어내는 기계가 손바닥 위에 올라가는 세상이 되었다 해도, 삶이란 어떤 데이터인지 다행히 우리도 아직 잘 모르는 덕이다.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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