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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문제집을 풀까 |
아이 학교에서 진로의 날 행사가 있어서 미래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 정보기술기업과 미래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은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입체(3D) 프린터, 자율주행자동차 등에 주목했다. 또한 정보기술업체 기업인들의 부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 제일의 부자보다 몇 배의 부를 가지고 있다는 말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많은 학생들이 희망하는 의사나 공무원 등의 직업이 인공지능 시대에는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을 것이라는 설명에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다. 아이들 반응은 뜨거웠다. 학교 과목을 어떻게 활용해 미래를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 질문도 나왔다.
강의 며칠 후, 아이와 도서관에 갔다. 무척 더운 날씨였는데, 시원한 열람실에 어린 학생들이 가득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이렇게 많다니! 보기만 해도 흐뭇한 광경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는 학생보다 수학 문제집을 펼쳐놓고 풀고 있는 학생들이 더 많았다. 현실과 이상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학교에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때 초롱초롱하던 아이들의 눈빛이 떠오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가 우리 아이들에게 도서관에서 문제집을 푸는 것을 가르쳤을까? 며칠간 여행을 떠나도 짐을 싸놓아야 하는데, 몇십년 후를 바라보아야 할 우리 아이들이 오래전 부모 세대 방식으로 미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할까?
<일자리혁명 2030>(박영숙, 제롬 글렌 지음)에는 기존 대학이 붕괴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2030년이 되면 보통 근로자가 평생 여섯 차례 정도 자신의 경력을 ‘리부트’(reboot)해야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4년간 대학에서 배운 것이 큰 도움이 안 될 확률이 높다. 신속하게 재교육해야 하는 필요성이 커졌다. 단기간 실시되는 신기술 몰입 교육 ‘마이크로 칼리지’가 증가하는 이유다. 학생부 종합 전형의 강화, 절대평가 도입 등의 쳇바퀴식 대입 정책보다 근본적인 고민과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그래야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다양한 책을 읽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맘 편히 할 수 있지 않을까?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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