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7.10 17:53
수정 : 2017.07.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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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광 인스타페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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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심판 이긴 배재광 인스타페이 대표
지로요금 모바일 간편결제 개발
“특허 낸뒤 한전에 4년전 사업제안
응답없던 한전, 카카오와 손잡아
제안서와 똑같은 서비스 내놔”
금지가처분 신청내고 국회 호소
특허심판서 카카오에 승소
“공기업·대기업 상대 벤처의 싸움
얼마나 힘든지 뼈저리게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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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광 인스타페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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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출시 준비로 바쁘지만 행복해요.”
배재광(52) 인스타페이 대표는 요즘 지로로 청구받은 대금을 모바일로 간편하게 낼 수 있게 하는 서비스 ‘인스타페이’ 출시 준비로 바쁘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한국전력과 카카오의 ‘갑질’에 무릎을 꿇게 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특허심판원이 우리 손을 들어줘 요즘은 서비스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며 웃었다.
인스타페이는 2007년 지로로 청구받은 요금을 모바일 간편결제로 지불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특허로 출원했다. 지로의 큐아르(QR)코드를 스마트폰에 달린 카메라로 찍거나 지로에 인쇄된 고객번호를 입력하면 대금 청구내역을 보여주고, 스마트폰 내 ‘지갑’에 충전해둔 돈이나 신용카드 등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인스타페이는 2013년 7월 이 기술을 이용해 지로로 청구된 전기요금을 스마트폰에서 바로 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한전에 제안했다. 하지만 한전은 인스타페이(당시 회사 이름은 ‘패스인북’)의 제안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다가 지난해 2월 카카오와 손잡고 ‘카카오페이 청구서 서비스’란 이름으로 내놨다. 배 대표는 “서비스 내용이 우리가 한전에 제안한 것과 똑같았다”며 분개했다.
“상대가 한전과 카카오이다 보니 치밀한 전략이 필요했다.” 한국핀테크연구회 회장도 맡고 있는 배 대표는 지난해 3월16일 국회의원·금융결제원과 함께 국회에서 지로 이용기관 실무자와 핀테크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지로 요금 모바일 납부를 위한 청구서 서비스’를 주제로 한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결제원은 인스타페이의 특허 침해 가능성 때문에 지로 모바일 서비스를 내놓지 못했다고 밝혔다. 배 대표는 “인스타페이가 지로 모바일 청구 서비스의 특허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둘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연 행사였다. 포럼에는 카카오 실무자도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7월에는 광주지방법원에 카카오페이 청구서 서비스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배 대표는 “카카오 쪽이 서비스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고, 서비스 작동 방식에 대해 거짓 설명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기선 의원(자유한국당)실을 찾아 억울함을 호소했다. “10월5일 국회 국정감사에 조환익 한전 사장과 실무자 및 카카오 실무자 등이 불려왔는데, 김 의원이 이들에게 질의를 하는 과정에서 우리 특허가 침해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인스타페이는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가 선정한 전문심리위원(변리사)은 ‘카카오페이 청구서 서비스 내용이 인스타페이의 특허 내용과 일치한다. 다만, 인스타페이 특허의 신규성과 진보성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의견을 내놨다.
인스타페이의 항소에 카카오는 인스타페이 특허를 무효화시키는 전략으로 대응했다. 특허심판원에 인스타페이 특허 무효 소송을 냈다. 한전은 ‘스마트 한전’ 앱에 지로 청구서의 큐아르코드를 스캔하거나 고객번호를 입력해 요금을 납부하게 하는 서비스를 추가했다. 인스타페이의 특허침해 주장 및 가처분 신청을 ‘무시’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 30일 특허심판원은 인스타페이의 특허를 인정하면서 인스타페이의 손을 들어줬다. “이제 반격할 차례다.” 배 대표는 “카카오가 특허 무효 소송을 내 중단됐던 가처분 신청 항소심 재판이 재개될텐데, 전문심리위원 의견서와 특허심판원 결정 등으로 이길 가능성이 커졌다. 항소심 결과가 나오는 즉시 특허 침해 사실을 알고서도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은 카카오 대표와 실무자, 특허 침해 사실을 알고도 같은 서비스를 또 내놓은 한전 사장과 실무자들을 모두 형사고발하고, 특허 침해로 발생한 손해배상과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벤처기업이 공기업과 대기업을 상대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뼈저리게 경험했다. 법을 전공해(배 대표는 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를 맡기도 했다) 나름대로 작전을 짜서 방어용 지뢰를 묻어놓기까지 했는데, 장갑차를 몰고 들어오니 다 소용없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세부 기술이 다르다. 특허 침해 주장은 억지다”고 반박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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