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7.24 17:12
수정 : 2017.07.25 11:39
언론에서 무엇이 뉴스인지 기준을 설명할 때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다”라는 말이 통용된다. 최근 정보기술 분야에선 로봇이나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면 뉴스가 된다. 자율주행 승용차가 간단한 접촉 사고를 내도 기사로 다뤄지고 사람이 죽거나 다치면 주요 뉴스가 된다.
지난 17일 오후 미국 워싱턴디시(D.C.) 조지타운의 복합단지 워싱턴하버에서 순찰을 하던 경비로봇이 분수대에 빠진 사고가 일어났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나이트스코프가 2013년 개발한 경비로봇 케이(K)5로, 현장 근무를 시작한 지 4일 만이다. 외신이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을 전한 바에 따르면 스티브로 불린 이 로봇은 단지 안을 순찰하다가 갑자기 계단 아래쪽 분수대로 돌진해 물에 빠졌다. 케이5는 미국 6개 주에서 34대가 활동중인데, 시간당 사용료가 워싱턴디시의 최저임금인 12.5달러보다 낮은 7달러라서 경비원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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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계단 아래 분수대를 발견하지 못하고 물에 빠진 나이트스코프의 경비로봇 K5 (사진/트위터 @bilalfarooq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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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로봇이 분수대에 빠져 작동 불능이 되자, 소셜미디어에는 사진과 함께 유머스런 댓글이 폭주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기대했는데, 자살로봇이 왔다” “경비직은 원래 스트레스가 많은 일이야” 같은 트위터 댓글에 로봇 제조사는 “사람들은 날이 더우면 물에 발을 담글 수 있다고 들었는데 로봇은 불가능하군요”라고 응수했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위협하고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우려와 불안이 높은 상황에서 로봇의 자살은 많은 사람들에게 안도와 여유, 웃음을 가져왔다. 가트너의 로봇분석가 제럴드 밴 호이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의 인터뷰에서 “시행착오일 뿐이고 다음 모델은 개선된 센서기능을 탐재하고 나타날 것”이고 경비로봇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밴 호이는 로봇이 놀림감이 된 현실을 로봇산업 발달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사람들이 로봇을 의인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로봇 개발에서의 진전이고 이는 가장 큰 걸림돌의 하나였다”고 말했다.
경비로봇의 분수대 추락은 미래 로봇시대의 모습을 알려준다. 시행착오를 통해 로봇의 실수는 점점 줄어들 것이지만, 기업이나 개발자가 홍보한 것와 달리 현실 세계는 예상하지 못한 돌발적인 상황이 잇따르는 세상이고 로봇은 프로그램되지 못한 상황을 처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계단을 감지해 더 이상 분수대에 빠지지 않는 로봇이 나오더라도 기술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언제나 위험할 수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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