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08 15:44
수정 : 2017.08.08 19:38
잘못 가입 누리집 검색·탈퇴 원스톱 서비스
첫날부터 접속장애로 서비스 이용 불가능
8일 ‘e프라이버시 클린센터(이하 클린센터)’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청소해 주겠다(클린)’는 이름처럼 무심코 가입하거나 명의가 도용돼 가입된 누리집 등을 확인한 뒤 한꺼번에 탈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로, 행전안전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제공한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고 했다. 최근 몇 년간 ‘실명 인증’이 필요한 포털, 정부기관, 금융기관을 제외하고는 누리집에 가입한 기억이 없다. 그래도 혹시 가입해놓고 미사용 상태로 방치한 사이트들이 있는지, 타인이 내 명의를 도용해 가입한 사이트는 없는 지 확인해보기 위해 서비스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너 때문에 인내심이 바닥났으니 책임져’
오전 9시. 주소창에 클린센터의 주소(
https://www.eprivacy.go.kr)를 입력했다. 모니터 화면에는 ‘(응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다’는 메시지만 연신 떴다. 한꺼번에 접속자가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클린센터는 이날 오전 포털의 실시간검색어 상위권을 장식하고 있었다. 접속장애는 예상되는 시나리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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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라는 안내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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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고침을 몇 번 반복했나 싶던 순간 상단 메뉴가 열렸다. 다른 내용이 언제 뜰지 기약할 수 없어서 메뉴에서 ‘본인확인 내역 조회’를 클릭했다. 십여초 뒤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라는 안내가 떴다. 클린센터를 이용하려면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 등을 설치해야 했다. 3가지 프로그램 가운데 2가지는 아예 다운로드조차 되지 않았다. 수십 차례의 실패 뒤 한 시간이 지나서야 보안 프로그램이 매우 느린 속도로 다운로드되기 시작했다.
필요한 프로그램을 모두 설치했지만 서비스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았다. 페이지 상단에는 ‘접속원활’을 알리는 파란 불이 뜨기도 했지만 서비스는 먹통이이었다. 새로 고침을 해도 변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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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장애로 누리집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가운데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면 상단 메뉴만 반복적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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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본인인증 내역만 확인 가능
1시간이 넘는 분투 끝에 ‘조회 대상’을 선택하라는 화면이 떴다. 2012년부터 주민등록번호 직접 수집이 금지됐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는 아이핀이나 휴대폰 인증 내역만 선택하면 된다. 조회내역 선택 뒤 휴대전화 인증을 거치면 가입된 누리집 목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 역시 10여차례의 접속 오류가 반복됐다.
클린센터 화면에는 최근 5년간 주민등록번호, 아이핀, 휴대전화 인증으로 누리집에 가입한 횟수와 가입한 누리집의 주소가 연단위로 표시됐다. 실명인증을 받아 가입한 사이트는 모두 표시됐다.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 사이트, 가입 기억이 없는 사이트는 원격 또는 직접 방문해 탈퇴하면 된다.
클린센터는 △원격으로 탈퇴신청할 수 있는 누리집 △직접 방문해서 탈퇴해야 하는 누리집 △탈퇴 신청이 불가능한 누리집의 갯수를 나눠서 표시해줬다. 원격 탈퇴는 하루 5건까지 가능하며, 폐업 등의 사유로 누리집이 없어진 경우 탈퇴 신청이 불가능한 것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확인 결과 ‘다행히’ 개인정보 도용으로 가입된 누리집은 없었다. 개인정보 도용 여부 등을 확인한 뒤 클린센터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싶었지만 실패했다. 시험삼아 원격 탈퇴를 진행해보려 했지만, 그것 역시 접속 오류로 실패했다.
홍보에 걸맞은 운영을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알겠으나, 클린센터는 홍보에 비해 준비가 덜 된 느낌이었다. 윈도 전용 키보드 보안·방화벽 프로그램을 따로 깔아야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점도 모바일 시대에 역행하는 대목이다.
더운 여름 클린센터 이용하려다 땀만 더 뺐다.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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