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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24 10:57 수정 : 2017.10.24 16:28

편집·검색 순위 등 ‘조작 의혹’ 제기될 때마다
“있을 수 없는 일” “근거 대라” 반박해 왔지만
청탁 받고 뉴스 배치 조작 사실 알려져 ‘상처’
사과글에도 ‘드라마 장면 사실이네’ 댓글 줄이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총수
“인터넷에서 기사 다 내리라고 해!”

드라마를 보다 보면 이런 대사를 흔히 접한다. 소속 연예인의 스캔들이 터졌을 때는 기획사 사장이 주위에 이렇게 말하고, 기업 회장이나 사모는 회사의 부정한 자료나 가족의 불륜 사실 등이 기사화됐을 때 “홍보실에 얘기해서 기사 다 내리라고 해!”라고 한다. 막장 드라마일수록 이런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이런 드라마 장면들이 네이버가 청탁을 받아 뉴스 배치를 조작한 사실을 확산하고 추가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근거’로 삼아지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가 뉴스 배치 조작 사실을 시인한 기사의 댓글을 보면, 드라마를 보다 보면 ‘인터넷에 올려진 기사 다 내려!’라는 대사가 많이 나오던데 사실이었네’라는 글을 자주 본다. 드라마 장면을 들어 추가 조작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 포털 업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그냥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넘기다가 실제로 청탁을 받고 뉴스 배치를 조작한 사실이 나오니까 진짜 그렇게 하는가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네이버의 조작 시인이 드라마 장면을 기정사실화하는 콘크리트 구실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도 “기자가 취재를 하면서 드라마 장면 얘기를 해오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네이버의 뉴스 배치 조작과 관련한 추가 의혹은 야당도 집중 제기하고 있다. 야당은 주로 네이버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쪽에 유리하게 뉴스 편집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당시 네이버의 대외협력 업무를 총괄하던 부사장이 문재인 정부의 홍보수석으로 간 것까지 거론한다.

이에 네이버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 편집은 물론이고 검색 등 다른 서비스까지도 공정성이 크게 훼손됐고,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인 이해진 총수의 이미지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는 네이버가 지금처럼 성장하고, 또 외부에 “우리는 기존 재벌과 다르다”고 큰소리를 칠 수 있는 핵심 동력이었다.

네이버는 그동안 뉴스 편집, 검색, 실시간 검색어 순위 등에 대해 불공정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해왔다. 오히려 의혹을 제기하는 쪽을 향해 “분명한 근거를 대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회사 직원들에게 상처를 주고 서비스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하지만 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받고 불리한 기사를 숨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런 해명과 반박이 더이상 통하기 어렵게 됐다. 네이버는 이번 건에 대해서도 스포츠 전문 온라인매체 <엠스플뉴스>의 사실 확인 요구에 근거를 대라며 부인하다가 축구연맹의 ㄱ팀장과 네이버 ㄱ이사 사이에 오간 문자메시지 내용이 제시되자 비로소 내부 감사에 들어갔고, 사실로 드러나자 서둘러 한성숙 대표 이름의 사과문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번에 드러난 네이버의 뉴스 조작은 담당자 개인의 일탈이 아닌 회사 차원에서 묵인 내지 방조한 측면이 강해 보인다. 이른바 네이버가 ‘을’ 처지에 놓이는 콘텐츠·사업 제휴 부서에 ‘갑’ 행세를 할 수 있는 뉴스 편집 일을 함께 맡겨놨던 것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사과문에서 “동일한 조직 내에 스포츠 기사를 배열하는 부문과 언론 취재의 대상인 스포츠단체와 협력하는 부문이 함께 있어 구조적으로 문제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지 못했다”며 “회사를 이끄는 내 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이를 신문사로 치면 광고 영업 부서에 기사 편집 권한까지 준 꼴이다. 이게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 충분히 예상했을텐데도 이렇게 했고, 스포츠 분야에서는 네이버의 뉴스 배치 조작 의혹이 오래 전부터 제기됐는데도 방치했다. 실제로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면 뉴스 조작 청탁은 꽤 오랜기간에 걸쳐 여러차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에선 이를 두고 “스포츠·연예 쪽만 떼어 기형적으로 운영했다는 게 좀 이상하다. 실수가 아니라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 적극 활용한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네이버는 일단 조작 의혹이 일반 뉴스 편집과 검색 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청탁을 받아 뉴스 배치를 조작한 것은 스포츠·연예 뉴스를 담당하는 쪽에서만 가능할 뿐 다른 뉴스 편집에선 절대 일어날 수 없고, 검색은 알고리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손을 댈 수가 없다”고 못박고 있다. 또한 “언론사 자체 편집과 알고리즘을 이용한 뉴스 배치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직원의 뉴스 편집 개입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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