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01 18:39
수정 : 2017.11.02 08:42
과기정위 여당 의원 7명 찬성하는데도
조목조목 반대 내용 문건 작성해 충돌
“규제권한 축소 우려 때문 아니냐” 지적에
“지원금·할인 없어지는데 효과는 불확실”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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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유 장관의 왼쪽이 김용수 과기정통부 2차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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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에서 파생된 통신비 인하를 물타기 한다든지, 국회 노력을 이렇게 무력화시킨다든지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완전자급제를 하면 이통시장이 곧 망할 것 같다는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김성수 민주당 의원)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기정위) 국감장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향한 의원들의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일반적인 국감 풍경과 달리 여당인 민주당 쪽에서 더 강경한 목소리가 나와 ‘당정관계 균열’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국회에 반대 문건 제출
1일 국회 과기정위와 과기정통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과기정통부 김용수 2차관과 실무진들은 지난달 24~25일 과기정위 일부 의원실을 방문해 ‘단말기 완전자급제 관련 검토’라는 문건을 전달하고 내용을 설명했다. 문건은 완전자급제 도입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완전자급제는 이통사가 단말기(휴대폰)를 팔지 못하게 하고 통신서비스만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완전자급제 관련 법안이 3건이나 발의돼있다. 김성수 의원, 박홍근 민주당 의원,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를 했다. 민주당의 공식당론은 아니지만, 과기정위 소속 민주당 의원 8명 가운데 7명이 이들 법안의 발의의원으로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결국 과기정통부가 관련 상임위 여당 의원들에게 정면으로 반발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과기정통부 문건 살펴보니…
문건은 먼저 “완전자급제가 단말기 가격 인하를 보장한다고 볼 수 없는 반면 이용자는 지원금을 받을 수 없고 할부프로그램도 없어져 구입부담은 크게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또 “단통법에 근거한 25% 요금할인이 사라져 통신요금이 상승할 우려가 있다. 정부의 규제권한(25% 요금할인)이 없어져 이통사의 자발적인 요금 인하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나, 과점적 시장구조·요금의 비가역적 특성·담합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이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존 유통망의 급격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유통점이 중·장기적으로 대폭 감소하고 관련 일자리도 함께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문건은 이어서 “부작용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정책효과는 발생이 불확실하다”며 “(도입시) 급격히 악화된 국민여론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시장에서의 소비자 혼란도 가중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지금까지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완전자급제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있으니 더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혀왔는데, 이번 문건에서 과기정통부의 ‘속내’가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용자 편익 축소’ 우려냐 ‘규제권 축소’ 우려냐
이에 대해 국회 쪽에서는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규제권 축소를 우려해 반대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김성수 의원은 30일 국감에서 “이번 기회에 완전자급제 싹을 자르지 않으면 규제 권한을 뺏길 것을 우려해 만든 어이없는 보고서”라고 말했다. 완전자급제가 되면 단통법이 폐지되면서 선택약정할인율 조정 권한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문건에서도 이를 지적하고 있다. 또 통신시장의 구조가 단순해지고 시장경쟁 중요성이 커지면서 전반적으로 정부 규제가 축소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규제권 축소 때문이 아니라 이용자 편익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며 “선택약정할인과 지원금이 없어지면 당장 이용자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 등 여러 측면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선택약정할인이 없어져도 다른 요금할인제도를 만들면 되고, 요금인가권이나 보편요금제 도입을 통해 정부의 요금규제도 계속될 수 있다”며 “정부는 완전자급제 반대에 힘을 쏟기보다, 현재의 복잡한 유통구조 속에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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