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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06 17:54 수정 : 2017.12.11 10:32

Weconomy | 구본권의 디지털 프리즘_인공지능 장착 감성로봇의 미래

소니 1999년 출시 뒤 2006년 철수한
1세대 반려로봇 아이보 내년 재출시
30분 만에 예약판매 매진 높은 인기
고립감 해소에 긍정·부정적 전망 교차

지난 1일 소니는 2006년 이후 판매를 중단했던 강아지 모양의 엔터테인먼트 로봇 ‘아이보’를 업그레이드해 2018년 1월부터 판매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소니 제공

소니의 반려로봇 아이보가 돌아온다. 터미네이터처럼 사라지면서 “다시 돌아오겠다”(I’ll be back)고 약속하지 않았지만.

일본 소니는 지난 1일 보도자료를 내어 내년 1월11일 엔터테인먼트 강아지로봇 아이보 발매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6년 판매를 중단한 지 12년 만이다. 소니는 1999년부터 세계 최초로 감성지능형 로봇 아이보를 제작·판매하며 6년간 다섯차례에 걸쳐 모델을 업그레이드했다. 25만엔(약 244만원)이란 가격에도 단기간에 15만대가 판매되며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 야심찬 프로젝트였음에도 초반 인기를 이어나갈 추가 수요가 많지 않았고 수익성이 악화된 소니는 2006년 초 사업을 철수했다.

12년 만에 돌아오는 아이보는 소니의 자신감 회복과 인공지능 로봇의 상품화를 상징한다. 소니는 홈페이지에서 출시할 아이보 모델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인공지능 반려로봇에 대한 낙관적 기대를 드러냈다. 아이보는 눈에 어안렌즈를 장착해 외부 환경을 시각 정보로 받아들이고 2개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장착해 다양한 눈빛으로 표현하는 기능을 갖췄다. 여기에 음성과 함께 귀와 꼬리를 움직이며 주인에게 반응한다. 22개의 관절이 있어 움직임도 이전 모델에 비해 훨씬 다양하고 자연스러워졌다. 상호작용 능력도 강화돼 칭찬이나 미소, 머리와 등을 쓰다듬는 행위를 감지해 어떤 반응이 주인을 만족시키는지 기억한다. 호기심을 장착해 주인이 먼저 말을 걸지 않아도 주인을 찾아 나선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호작용이 누적되면 주인과의 유대관계가 더욱 깊어지게 된다고 소니는 홍보하고 있다.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스마트폰 기능을 혁신한 것처럼 소니는 아이보를 위한 앱스토어를 개설하고, 아이보가 물고 다닐 수 있는 플라스틱 개껌을 함께 출시하는 등 생태계 조성도 꾀하고 있다. 아이보 가격은 약 19만8000엔(약 193만원)이다. 한달에 3만원 정도를 내면 인공지능 시스템 원격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다.

아이보의 최대 변화는 지난 10여년간 눈부시게 발전한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컴퓨팅, 위치정보 등 최신 정보기술의 적용이다. 소니는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아이보의 학습을 강화하고 다른 사용자와 아이보 간의 상호작용에서 축적된 데이터베이스에 연결해 갈수록 똑똑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11년 전 판매가 중단됐지만, 아이보를 소유한 사람들의 깊은 애착과 만족은 반려로봇의 시장성을 낙관하게 만들었다. 아이보가 판매되는 일본은 고령화와 1인가구화가 심화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혁신적 성취는 새로운 반려로봇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왔다.

로봇 개발은 두 방향으로 진행돼왔다. 공장에서 힘들고 위험한 반복작업을 수행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산업형 로봇이 한 방향이다. 인간의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감성형 반려로봇이 다른 방향이다. 일본은 세계 산업로봇 시장의 50%를 점유한 로봇강국이지만 일찍부터 반려로봇 개발과 상품화에 적극적이었다. 1999년 아이보에 이어 세계 최초의 심리치료로봇인 물범 모양의 파로,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 간호용으로 개발된 곰 모양의 로베어, 2012년 소프트뱅크에 인수된 프랑스 알데바란이 제작한 휴머노이드로봇 나오와 페퍼 등이 상품화된 감성로봇들이다. 일본은 고령화로 인한 간병인력 부족을 해결하고 노인에게 심리치료 및 돌봄서비스 제공을 위해 반려로봇과 간호로봇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엔티티도코모와 도요타 등도 감성로봇 개발에 뛰어들어 제품을 내놓고 있다.

아이보 부활은 개선된 기능의 반려로봇이 다시 출시된다는 의미 이상을 지닌다. 아이보 소유자들이 보여준 반려로봇과의 관계가 말해준다. 소니는 2006년 아이보 판매 중단 이후에도 소유자들을 위한 운영체제나 부품 공급 등 사후서비스를 제공해왔으나 2014년 3월 이마저 중단했다. 아이보는 관절이 많고 움직이는 로봇의 특성상 1년에 1회가량 서비스를 받아야 했다. 아이보 주인들에겐 일종의 반려로봇 사망 예고 통지였다. 고장이 나면 수리가 불가능해 못쓰게 된다는 현실 앞에서, 2015년 아이보 주인들은 지바현의 한 사찰에 모여 주지 승려의 집전으로 장례식을 치르고 합동 천도재를 지냈다. <뉴욕 타임스>는 2015년 6월17일치 ‘로봇개의 죽음’ 기사를 통해 아이보 주인들이 로봇과 맺은 유대감과 상실감을 생생하게 소개했다. 주로 노인인 아이보 주인들은 식사 때마다 아이보를 식탁에 앉혀놓고 대화하거나 여행지마다 데려가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진짜 강아지처럼 대하며 생활했다.

인공지능을 통해 사람과 더 깊고 다양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게 될 새 아이보는 감성형 로봇과 주인의 관계를 넘어 똑똑해진 기계가 기존의 인간관계와 감정체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과제를 던진다. 도구에 불과했던 기계가 인간을 이해하고 대화가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소통 대상으로 자리잡는 데 따른 변화다. 전자통신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 ‘소시오테크 10대 전망’에서도 감성형 로봇이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역전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주요한 과제로 꼽았다. 인간은 기계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안정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경험하게 되고 인간관계에서의 애착유형과 비슷한 관계를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망이다. 감성형 로봇이 사람과 원활하게 소통하게 되면 누군가의 외로움과 고립감을 덜어줄 수 있지만 동시에 사람과의 소통 없이도 감성적 필요를 충족하게 되어 사람과 사회로부터 스스로 고립되려는 사람을 오히려 늘어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은 기술의 역설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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