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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27 05:03 수정 : 2017.11.27 15:29

그래픽_김지야

다음·구글 현재 ‘알고리즘’ 활용
배치조작 혼쭐난 네이버도
“알고리즘 설계 고민 중”

하지만 기계편집도 허점 가득
“입맛 맞는 뉴스·정보만 보여줘
자신 관심사·이념 등에 갇힐 수도”

“인간의 개입·조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사회적 감시·비판 필요”

그래픽_김지야
“다음 뉴스는 알고리즘에 의한 자동배열이기 때문에 네이버 같은 문제(‘뉴스 배치 조작 사건’)가 발생할 수 없다.” (카카오 관계자)

“뉴스 편집을 알고리즘에 맡기는 게 흐름이라고 본다. 알고리즘을 어떻게 설계할지 고민 중이다.”(네이버 고위 관계자)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지만 한 사람이 볼 수 있는 정보는 한정돼 있다. 디지털 시대, 어떤 정보를 피시(PC)나 스마트폰의 상단에 띄우느냐 하는 ‘정보의 배열’이 막강한 권력인 이유다. 이 권력이 알고리즘에 위임되고 있다. 다음은 이미 2년 전부터 알고리즘으로 뉴스 배열을 하고 있고, ‘사람 편집’을 고집해온 네이버는 지난달 터진 ‘뉴스 배치 조작 사건’을 계기로 알고리즘 편집 쪽으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알고리즘도 정치적·상업적 편향성, 조작과 오류 가능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신만의 관심사나 관점에 갇히는 ‘필터 버블’ 우려도 제기된다. 알고리즘의 지배 시대에 ‘알고리즘에 대한 감시’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알고리즘 편집이 대세

한국에서는 국민의 50%가 ‘디지털’에서 뉴스를 주로 소비하고, 그 중에서도 77%가 포털·검색업체를 통해 뉴스를 본다.(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한국>) 포털 등에서 뉴스를 보는 방식은 크게 두가지다. 업체가 최신 주요 뉴스를 골라서 보여주는 ‘추천’과 내가 직접 키워드를 입력해 관련 뉴스를 보는 ‘검색’이다.

검색 결과는 네이버와 다음 모두 알고리즘에 의해 배치된다. 네이버와 다음은 홈페이지 하단 고객센터 코너 등을 통해 대략적인 검색 원칙과 서비스 구조에 대해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알고리즘은 밝히고 있지 않아,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뉴스 추천의 경우, 다음뉴스는 자체 개발한 ‘루빅스’라는 알고리즘에 의해 배치된다. 루빅스는 이용자의 뉴스 소비 방식, 성별, 연령대 등에 따라 뉴스를 추천하는 개인맞춤형이다. 다음 뉴스의 첫 화면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카카오 관계자는 “하루에 제휴 언론사로부터 들어오는 기사가 3만개가 넘는데 이를 사람이 편집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루빅스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뉴스는 사람 편집자가 배치한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는 그 영향력 탓에 뉴스 배치와 관련해 끊임없이 공정성 논란에 시달려왔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청탁을 받고 스포츠뉴스의 배치를 바꾼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솔직히 지금까지는 사람편집이 기계편집보다 이용자 만족도 등에서 결과물이 더 나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이버도 향후 방향은 알고리즘 추천이다. 유봉석 네이버 미디어서포트팀 리더(전무)는 지난 13일 한 콘퍼런스에서 “내부 편집 영역을 더 없애겠다. 궁극적인 목표는 알고리즘에 의한 100% 자동배열”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2월부터 모바일뉴스 일부에 ‘에어스’ 라는 개인맞춤형 뉴스 추천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네이버와 다음의 다른 뉴스추천 시스템)

우리나라에서는 점유율이 낮지만 세계적으로는 압도적 1위 검색업체인 구글 역시 뉴스 추천과 검색 모두 알고리즘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최근 뉴스 소비의 주요 통로로 떠오르는 페이스북 역시 알고리즘에 의해 게시물 우선순위가 결정된다. 이용자가 단 댓글, ‘좋아요’ 등은 물론 머무르는 시간까지 반영해 추천 뉴스가 선별된다.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무오류일까

알고리즘이 뉴스를 골라주면 ‘뉴스 배치 조작’ 같은 사건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을까? 알고리즘은 항상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이고 정확할까? 전문가들은 알고리즘 역시 많은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가 이른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다. 미국의 인터넷 운동가인 엘리 프레이저는 저서 <필터 버블>(한국판 <생각조종자들>)에서 “인터넷 필터가 당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당신과 같은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살펴보고 추론한다. 이를 통해 각각에 대한 유일한 정보의 바다를 만든다. 우리가 온라인에서 정보와 아이디어를 맞닥뜨리는 방법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이런 현상을 필터 버블이라고 부르겠다”고 말했다. 개인맞춤형 추천이 내 ‘입맛’에 맞는 뉴스와 정보만 보여줘, 결과적으로 자신만의 관심사나 이념, 정치성향에 갇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포털· 검색업체들의 제 1목표는 클릭 수를 늘리는 것이다. 개인맞춤형 알고리즘을 도입하는 것도 결국 클릭 수 증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영화·음악 등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뉴스에 적용할 경우 여론 양극화, 진영논리 강화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네이버나 다음은 개인맞춤형 추천 뒤 노출되는 기사 수가 늘었기 때문에 다양성이 확대됐다고 주장하지만, 기사 수가 다양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언론진흥재단 산하 ‘뉴스트러스트위원회’는 트래픽이 아닌 ‘공익성’을 목표로 삼는 대안적 뉴스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알고리즘을 만드는 기업의 편향성이나 이해관계가 반영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구글은 ‘구글 뉴스’ 순위 책정의 13가지 요인을 공개하고 있는데, 언론사의 뉴스 생산량, 종사자 숫자, 지국 수 등 언론사에 대한 평가가 8개나 포함돼 있다. 이를 종합하면 구글의 알고리즘은 오래되고 큰 언론사에 유리하다. 구글의 가치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뉴스 영역은 아니지만, 구글은 최근 ‘구글 쇼핑’ 제품이 구글의 검색 결과 상위에 표시되도록 알고리즘에 차등을 둔 사실이 확인돼 유럽연합으로부터 약 3조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미국 프린스턴대학 연구진은 2015년 편향된 검색 순위를 보여줄 경우 부동층 유권자의 투표 선호도를 20% 이상 바꿀 수 있다는 ‘검색 엔진 조작 효과’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알고리즘 결과가 외부 세력에 의해 조작되거나 조종될 위험도 있다. 최근 미국 상원에서 열린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규명 청문회’에서는 구글·페이스북·트위터 3사가 정치광고·게시물 유포 등을 통해 러시아의 미국내 여론 선동의 도구로 활용됐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대기업의 ‘기사 밀어내기’는 일상적인 일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회사에 비판적인 기사가 뜨면 다른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사에 돌린다. 새로운 기사들이 올라오면 그 기사는 자연스럽게 순위에서 밀려 보이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검색결과 상위에 오르게 하는 기법인 ‘검색엔진최적화’는 아예 마케팅의 한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뉴미디어 전문가인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알고리즘에 대한 환상을 깨고 알고리즘 역시 인간의 개입·해석·조작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알고리즘에 대한 사회적 감시와 비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알고리즘 결과에 문제가 생기면 기업들은 ‘알고리즘이 했기 때문에 우리는 모른다’며 알고리즘 뒤에 숨으려고 하지만, 알고리즘을 만든 기업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 알고리즘 컴퓨터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방법으로 명확히 정의된 한정된 개수의 규제나 명령의 집합. 최초에는 산술 연산을 위한 규칙 집합을 의미했으며, 일반적으로 어떤 과업을 수행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일련의 절차를 의미하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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