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30 14:39
수정 : 2017.11.30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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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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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 인터뷰
픽코마 앱 출범 1년7개월 만에
하루 100만명 열람…애플 북 앱 2위
‘기다리면 무료’ ‘지금은 무료’ 인기
카카오를 글로벌기업으로 견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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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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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시 미나토구 로뽄기 7-7-7번지 트라이세븐빌딩 7층. ‘픽코마’란 브랜드로 일본 만화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카카오의 글로벌기업 도약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카카오재팬의 사무실 주소이다. “주소의 숫자가 예사롭지 않지 않냐. 나는 출근 때마다 ‘행운의 숫자 성’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한다.”
지난 29일 사무실에서 만난 김재용(42) 카카오재팬 대표는 “‘대박을 치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희망을 봤다’고 말하겠다”고 말했다. “픽코마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20일이고, 5월14일에는 하루 방문자 수가 수십명, 매출은 200엔(약 2천원)에 그쳤다. 그는 “이날 직원들을 모아놓고 하루 열람자 수 1만명을 넘겨보자고 했더니 다들 ‘뭔소리야?’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이 목표는 그로부터 두달(7월19일) 만에 이뤄졌고, 다시 열흘 뒤에는 2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하루 평균 열람자 수가 25만명을 넘었고, 연간 매출도 빠르게 늘어나 2억1300만엔에 달했다. 올해 들어 픽코마의 성장은 더욱 가팔라졌다. 11월말 기준 하루 열람자 수가 100만명을 넘었고, 3분기 기준 매출은 7억엔을 넘었다. 3분기 매출을 2분기와 비교하면 205%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애플 앱스토어 ‘북’ 카테고리에서 픽코마가 매출 기준으로 올 1월 처음으로 10위에 올랐고, 7월에는 2위(1위는 라인의 ‘라인망가’)로 뛰어올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김 대표는 “‘기다리면 무료’라는 색다른 유료화 모델이 먹혔다”고 말했다. 이는 장편 만화 한권을 5~6편으로 쪼갠 뒤, 1편을 본 뒤 24시간을 기다리면 2편을 무료로 보게 하는 것이다. 하루를 못 기다리고 다음 편을 보려면 돈을 내야 한다. 최근에는 ‘이번만 무료’ 모델도 추가했다. 1편을 보면, 다음 편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시간을 지정해준다. 그 시간을 놓치거나 일찍 보면 돈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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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재팬의 만화 앱 ‘픽코마’ 화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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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선 처음 선보이는 모델이었다. 그래서 만화 저작권을 가진 출판사들의 박대가 컸다. 만화책을 사서 보는 게 일반화돼 이미 만화 시장이 2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굳이 쪼개서 유료화하는 모델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업 모델을 설명하러 갔다가 상소리를 들을 때도 많았다.
“만화 마니아가 아닌 사람들도 매일 조금씩 만화를 보는 습관을 갖게 하는 비지니스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돈을 내고 콘텐츠를 보는 습관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무료 시간을 지키지 않아 돈을 내면서 보면 사업의 수익성 측면에서 좋고, 시간을 지켜 무료로 봐도 매일 찾아와 만화를 보게 하는 습관을 갖게 해 만화 생태계를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콘텐츠를 돈 내고 매일 보게 하는 습관을 갖게 해 크리에이터들의 노력이 정당한 보상을 받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게 출판사와 크리에이터들에게 먹혔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처음부터 앱에 광고를 넣지 않았고, 지금도 광고를 붙이자는 제안이 쇄도하고 있지만 모두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를 붙이면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게 그가 내세우는 이유다.
그의 이런 ‘고집’에 공감하는 출판사와 크리에이터들이 늘면서 픽코마를 통해 서비스되는 만화 작품 수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7월 28개이던 출판사 수가 지금은 주요 대형 출판사를 포함해 56개로 늘었고, 만화 작품 수는 1343종에 이른다. 10년 전 만들어진 만화, 부모 세대에서 만들어져 인기를 끌던 만화 등도 서비스되고 있다. 카카오재팬은 오는 12월26일 저녁 이용자들을 로뽄기영화관으로 초청해 대형 스크린으로 만화를 함께 보는 행사도 기획하고 있는데, 이미 2만명이 신청을 해왔다.
카카오재팬은 이미 2020년에 연간 매출 1조원을 달성하고, 그 해에 상장한다고 목표까지 세워두고 있다. 이미 주관사 선정을 서두르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의 만화 시장은 5천억원 정도인데 비해 일본은 모바일만화 시장만도 2조5천억원에 이른다. 2020년쯤에는 회사 가치가 10조원을 웃돌 것이란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15일 라인이 상장될 때와 비슷한 규모이다. 이미 카카오 경영진 쪽에선 라인이 네이버를 글로벌 기업으로 끌어올린 것처럼, 카카오재팬이 카카오를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란 기대를 내비친다.
김 대표는 대일외고를 나온 뒤 경희대에서 영문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뒤 2006년 라인(당시는 엔에이치엔재팬)에 입사해 크리에이티브센터장까지 지냈다. 2015년 5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의 3개월에 걸친 ‘구애’로 카카오재팬 대표로 옮겼다. 그는 “픽코마의 성장 비결은 ‘콘텐츠를 위한, 콘텐츠 생태계를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위한’이란 신념을 지키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며 “이를 계속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표시했다.
도쿄/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사진 카카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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