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KT가 평창 통신설비 훼손” 고소…SKT “단순 실수”

올림픽용 KT 내관 안에 자사 케이블망 설치
SKT “KT 것인줄 몰라”…KT “고의성 다분”

KT가 공개한 평창올림픽 국제방송센터 근처 맨홀 안 모습. KT 쪽은 “SKT가 올림픽방송통신망을 무단으로 파손하고 자사 케이블을 설치한 현장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KT 제공.

케이티(KT)가 “에스케이(SK)텔레콤이 내년 평창동계올림픽 방송중계에 사용하기 위해 설치한 방송통신시설을 무단으로 훼손했다”며 에스케이텔레콤을 검찰에 고소했다. 에스케텔레콤은 “실무자의 단순한 실수였다”고 맞섰다.

4일 케이티와 에스케이텔레콤 양쪽의 말을 종합하면, 에스케이텔레콤과 협력사 직원 4명은 지난 9~10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케이티가 평창올림픽 통신시설을 위해 구축한 통신관로의 내관을 절단하고 에스케이텔레콤의 광케이블을 설치한 혐의(업무방해, 재물손괴 등)로 수사를 받고 있다.

케이티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주관방송사인 OBS(Olympic Broadcasting Services)와 총 333km의 통신망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2015년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올림픽 경기장 주변에 관로(외관, 내관)를 설치했다. 이 관로 안에 광케이블을 설치해 올림픽 경기 영상 중계와 업무망 등에 사용할 예정이었다. 광케이블은 외부 충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먼저 외관을 설치하고 그 안에 4~5개의 내관을 다시 설치한 뒤 내관 안에 광케이블을 집어넣는 방식으로 설치된다. 그런데 에스케이텔레콤이 이 중 국제방송센터 근처에 설치된 내관 일부 구간을 자르고 자사의 광케이블을 집어넣은 것이다. 올림픽 기간에 트래픽 증가를 대비하기 위해 통신망을 증설하는 과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케이티는 이 사실을 지난 10월말 처음 발견했고, 지난달 24일 에스케이텔레콤 관계자들을 업무방해와 재물손괴 혐의로 춘천지검 영월지청에 고소했다. 강원 평창경찰서는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양쪽 주장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케이티 관계자는 “내관에 분명히 케이티라고 써 있었고, 훼손 시점 역시 케이티가 내관공사를 마친 직후여서 고의성이 다분하다”며 “훼손 사실이 적발된 뒤에도 에스케이텔레콤 쪽에서 철거 조처를 하지 않고 시간을 끌어 고소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스케이텔레콤 관계자는 “문제가 된 내관의 외관이 조직위원회 것이어서, 실무자가 내관도 조직위원회 것으로 오인하고 광케이블을 설치한 것”이라며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고는 통신설비 공사현장에서 자주 있는 일로, 이미 지난달 22일 실무자끼리 만나 케이티 쪽에 사과도 했고 철거작업을 준비 중이었다”고 말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고소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4일, 자사 광케이블을 철거하고 내관을 복구했다.

안선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