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25 13:06
수정 : 2017.12.25 21:48
20일 애플 ‘성능저하 업데이트’ 발표 계기
미 일리노이·캘리포니아주 등 소송 확산
“최신형 더 팔려는 의도적 사기행위”
국내 소송 제기 없지만 소비자 불만 고조
미국과 달리 집단소송제 없어 ‘제약’
애플의 아이폰 ‘고의 성능저하’에 대한 미국 소비자의 소송이 확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소송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소비자 불만이 커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25일 미국 아이티 전문매체 시넷 등에 따르면,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사는 아이폰 사용자 2명이 현지 법원에 애플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는 오하이오주, 인디애나주, 노스캐롤라이나주 소비자도 원고로 참여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소송이 제기되는 등 미국 전역으로 소송이 확대되고 있다.
일리노이주 현지 법원에 아이폰 사용자 5명의 집단소송을 대리하는 제임스 블라키스 변호사는 “애플의 구형 아이폰 성능저하는 최신형 아이폰의 판매를 촉진하려는 의도적인 사기행위”라고 주장했다. 새 아이폰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애플이 의도적으로 구형 아이폰 성능을 저하하는 운영체제(iOS) 업그레이드를 했다고 보는 것이다.
애플은 지난 20일 성능저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사실을 밝힌 뒤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추가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시 애플은 아이폰 6와 6플러스, 6S, 6S플러스, SE, 7, 7플러스에 성능저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적용했으며, 미래의 다른 기기들도 마찬가지로 업데이트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리튬이온 배터리는 주변 온도가 낮거나, 충전이 덜 됐거나, 노후한 상태일 때 기기를 보호하느라 갑자기 전원이 꺼질 수도 있어,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성능저하 기능을 도입했다”고 주장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100만명 넘는 회원이 모인 한 애플 제품 사용자 모임 인터넷 카페에는 본인의 iOS 버전을 공개하며, 성능저하 업그레이드가 됐는지 묻는 질문이 많이 올라왔다. 또 운영체제 성능을 점수화 해 보여주는 앱인 ‘기크벤치’를 직접 다운받아 본인 운영체제에 매겨진 점수를 공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애플을 상대로 한 소송 움직임은 나오지 않고 있다. 문제가 드러난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았고 미국처럼 기업 상대 소송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 탓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국내에서도 소송이 가능할 수 있다. 국내 아이폰 사용자가 350만명에 이르고, 기기 성능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소송이 제기돼 승소하더라도 소송 당사자만 보상을 받게 된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증권 분야만 집단소송제가 도입돼 있고 일반 분야는 아직 집단소송제가 도입돼 있지 않은 탓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 착수 등 당장 개입할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 문제가 된 부분이 이들이 맡는 전파·통신·안전 규제에 해당하는 사안이 아니고, 기기 동작과 관련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이기 때문이다. 다만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기기 성능을 떨어뜨리는 업데이트를 한 점이 소비자 기만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고, 이 부분은 한국소비자원 등이 나설 여지가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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