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1.07 15:27
수정 : 2018.01.08 14:19
명예훼손·반사회성 등 잣대로
2016년 10~11월 3만8천여건 삭제
제품 검색 때 ‘단점’ ‘결함’ 등 배제
검증위 “쟁점 검색어 삭제 문제”
네이버가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거나 반사회적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소비자의 알 권리와 국민적 관심사를 나타내는 연관·자동완성 검색어까지 삭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추상적인 잣대를 사용한 자체 판단으로 이렇게 하고 있어 ‘빅브라더’ 논란이 예상된다.
7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검증위원회가 지난해 11월30일 내놓은 ‘2016년 하반기 네이버 ‘노출제외 검색어에 대한 검증보고서’를 보면, 네이버는 2016년 10~11월에 1만5584건의 연관 검색어와 2만3217건의 자동완성 검색어를 삭제했다. 또한 같은 해 6~11월 사이에 실시간급상승 검색어 1183개의 노출을 제외시켰다.
연관·자동완성 검색어란 이용자의 검색 의도를 파악해 찾고자 하는 정보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돕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 검색 창에 ‘문재인’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노무현, 이명박, 트럼프 등이, 자동완성 검색어로 문재인 특별사면, 문재인 북한, 문재인 신년사 등이 제시되는 방식이다. 컴퓨터(알고리즘)가 이전 검색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 보여준다.
네이버의 연관·자동완성 검색어 삭제는 대부분 자체 판단으로 이뤄졌다. 삭제된 연관 검색어 가운데 4410개와 자동완성 검색어 575개는 당사자의 이의제기를 받은 뒤 자체 판단 절차를 거쳐 삭제했고, 나머지는 모두 자체 판단에 따라 지워졌다. 자체 판단 잣대로는 명예훼손, 반사회성, 음란성, 비속어, 오타, 개인정보 유출, 저작권 침해 등이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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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알 권리에 해당하는 것까지 삭제됐다. ‘후기’라고 검색했을 때 연관·자동완성 검색어로 뜨는 것 가운데 ‘청라 푸르지오 철근’과 ‘시원스쿨 솔직 후기’ 등이 삭제됐고, ‘부작용’·‘발암’·‘암’·‘유해’ 등의 연관·자동완성 검색어 중에서는 ‘치약’, ‘살롱주르미랑’, ‘가르시니아’, ‘매일유업(명작분유)’, ‘아토팜’, ‘페리오치약’, ‘아이나비(터치불량)’ 등이 지워졌다. 또한 ‘단점’·‘결함’에서는 ‘티볼리 결함’과 ‘렉스턴 단점’ 등이, ‘환불’에서는 ‘2080치약 환불’ 등의 노출이 제외됐다.
네이버는 이에 대해 “해당 기업의 이의제기가 있었고, 정부 발표와 언론 보도 등으로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 삭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증위는 “기업 활동을 보호할 필요성도 있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보 유통 측면에서도 좀더 분명한 기준을 수립하고 신중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검색어도 대거 배제됐다. ‘김동선’을 입력했을 때 나타나는 연관 검색어 가운데 ‘김동선 정유라 마장마술’을 삭제한 게 대표적이다. 2014년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와 함께 금메달을 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김동선씨를 검색했을 때 정유라 마장마술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뜨지 않게 한 것이다. 검증위는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인물인 정유라 등의 행적에 관해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조사도 이뤄질 때였으므로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세 정치인 이름과 관련한 검색어가 대거 삭제된 것도 주목된다. ‘박지원·이정현 의원의 문자 내용’의 관련·자동완성 검색어 가운데 ‘박지원 카톡’, ‘이정현 전화’ 등도 지워졌다. 네이버는 “질의 취지가 해당 정치인의 개인정보 검색에 있다고 판단해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증위는 “언론보도 내용과 관련한 검색어 성격이 짙은 만큼 삭제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검증위는 보고서에서 “검색어 조작이나 왜곡을 의심할만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네이버의 연관·자동완성 검색어 삭제 기준이 보수적으로 흐르고, 쟁점이 되는 검색어는 일단 삭제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사회성·음란성과 비속어 사용 등 추상적인 잣대를 사용하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네이버는 국내 검색서비스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2012년부터 반기별로 검색어 삭제 내역을 인터넷자율정책기구에 제공해 적정성 여부를 검증받고 있다. 네이버는 “이번 보고서에서 지적받은 부분을 반영해 검색어 삭제 기준과 운영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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