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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16 11:49 수정 : 2018.01.16 13:29

[CES 2018 특집] ‘CES 단골’ 임정욱의 색다른 참관기

자동차부터 여행용 가방까지
자율로 움직이는 세상 눈앞에
공룡기업 ‘인공지능’ 선점 경쟁

전시관마다 중국 기업 ‘물결’
일본 로봇·프랑스 도전 인상적
한국, 200곳 넘게 참가했지만
비전보다 ‘빠른 추격자’ 머문 듯

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이에스(CES) 전시장 모습. 관람객들이 중앙 통로를 걷고 있다. 임정욱 센터장.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참관객을 끌어들이는 전자 전시회 시이에스(CES). 올해도 회사 3900여곳, 참관객 19만명을 끌여들여 관광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달궜다. 이번 시이에스는 미국 ‘인공지능 공룡’ 구글과 아마존의 대결을 비롯해 중국·일본·프랑스 등 각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주도권 경쟁을 실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

■ 5년 사이의 변화

2000년 이후 내가 처음 다시 가본 시이에스는 2013년 1월이었다. ‘종합가전’ 전시회에서 ‘종합기술’ 전시회로 시이에스가 진화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때였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서 2013년 찍은 사진 100여장과 당시 메모를 살펴봤다.

5년 전만 해도 시이에스의 주인공은, 그래도 티브이였다. 삼성전자 부스가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음성으로 티브이 등을 조작하는 시연이 있었지만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는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아마존 에코는 2014년 말 발매됐다.) 가상현실(VR) 헤드셋도 없었다.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이용해 손목 등에 차는 웨어러블 기기가 막 나오고 있었다. 자동차 전시에 관심이 모이고 있었지만 인터넷이나 스마트폰과 차를 연결하는 소위 ‘커넥티드카’가 대세였다. 자율주행차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화웨이, 하이센스, 티시엘(TCL) 등 낯선 중국업체들의 부스가 있었지만, 중국 업체의 부상이 눈에 띄지는 않았다. 그들의 티브이와 스마트폰은 삼성, 엘지(LG) 제품보다 수준이 떨어지고 조잡했다.

5G로 연결되는 스마트시티 상상도. 차량과 자전거, 신호등, 핸드폰, 헤드폰 등이 모두 하나로 연결돼 있다.

■ 성큼 다가온 자율주행의 시대

5년이 지난 2018년, 이제 더이상 가전제품은 주인공이 아니다. 이번 시이에스는 곳곳에서 자율주행차와 라이드셰어링이 화두였다. 일반 자동차는 물론이고 로봇, 심지어는 여행용 가방까지 인공지능을 통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제품들이 쏟아져나왔다.

우버와 경쟁하는 승차공유 스타트업 ‘리프트’는 액티브라는 자율주행 스타트업과 손잡고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선보였다. 누구나 앱으로 예약하면 전시장에서 몇몇 호텔로 가는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해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송태민씨는 “주행 내내 액티브 직원이 핸들에 손을 대지 않았는데도 전혀 문제없이 목적지까지 자동으로 데려다줬다”며 “멀지 않은 장래에 이런 자율주행 서비스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자율주행 기능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사물을 컴퓨터가 인식해 빠르게 판단하면서 주행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빠른 컴퓨터 처리능력, 빠른 통신속도가 필요한데 실리콘밸리의 반도체 회사인 엔비디아는 자율주행차와 승차공유 서비스를 위한 전용칩을 내놓는다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시이오는 “일반인들이 자율주행차를 이용하게 되려면 얼마나 걸릴까”라는 질문에 “5년 안”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은 미디어발표회에서 모든 시간을 승차공유 미래형 개념 자동차인 이(e)팔레트에 할애했다. 이 자율주행 미니차량은 이동식 차량, 음식점, 미니상점 등으로 자유롭게 변신이 가능한 개념이다. 포드는 자전거, 스마트버스, 승차공유 서비스,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스마트시티 비전을 선보였다. 이를 위해 심부름서비스 플랫폼인 포스트메이트와 제휴를 선언하고 가까운 미래에 자율주행차를 통한 배달 서비스를 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이런 발표를 보면 자율주행차 세상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휠씬 빨리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 뒤면 아무렇지도 않게 자율주행차를 불러서 목적지에 가고, 물건을 배달시킬 수 있는 세상이 올 수 있다.

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이에스(CES) 전시장 밖에 차려진 구글 어시스턴트 부스에 관람객들이 모여 있다. 임정욱 센터장.

■ 일반화된 첨단기술

예전에 큰 주목을 받았던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증강현실(AR) 서비스 등은 이제는 특별할 것이 없는 일반적인 기술로 자리잡은 인상을 받았다. 거의 모든 업체가 관련 기술을 자연스럽게 자사의 제품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 아마존 같은 회사들이 이런 기술을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해준데다 삼성이나 오큘러스, 에이치티시(HTC) 등의 가상현실 안경을 사용하면 어느 회사든지 가상현실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각종 사물인터넷 센서를 적용해 똑똑해진 티브이, 냉장고, 가스레인지, 세탁기, 심지어 거울까지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보였다. 이런 기술을 종합해 인간의 일을 도와주는 서비스 로봇도 여기저기서 많이 보였다.

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이에스(CES) 전시장 모습. 관람객들이 화웨이 전시장을 체험하고 있다. 임정욱 센터장.

■ 중국의 굴기, 일본의 재기, 프랑스 스타트업의 도전

매년 더 기세를 올리는 중국 기업들의 약진은 여전했다. 삼성이 광고를 줄인 전시장 외벽엔 화웨이, 티시엘, 하이얼, 하이센스, 중싱통신(ZTE) 등 중국 전자회사들의 광고가 가득했다. 이 회사들의 부스는 더 커지고 화려해졌다. 빠르게 성장하는 세계 1위 드론업체 디제이아이(DJI), 로봇업체 유비테크 등 1조원 이상의 몸값을 자랑하는 중국의 ‘유니콘’들도 대거 참가했다. 또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폰 충전기, 케이스 등 첨단 제품부터 단순 가공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전시관에 중국 업체가 넘쳐났다. 외국인 참관객 중에도 중국인이 가장 많아 보였고 중국어로 된 안내문도 많았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전체 참가 회사 약 3900곳 가운데 40%에 육박하는 1551곳이 중국 업체였다. 이 가운데 482곳은 광둥성 선전에서 왔다. 2011년 400곳에 비해 거의 4배가 늘었다.

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이에스(CES) 전시장 모습. 관람객들이 소니의 반려견 로봇 아이봇을 보고 있다. 임정욱 센터장.
삼성전자에 눌려 한동안 침체기에 빠진 듯 보인 일본 전자업체들도 살아나는 분위기였다. 소니는 인공지능 로봇강아지 ‘아이보’를 들고 나와 관심을 모았다. 파나소닉은 창사 100주년 기념관을 꾸미고 티브이 외에 자율주행차 콘셉트의 자동차를 선보였다. 도요타, 닛산, 혼다 등 3대 자동차회사가 모두 출전해 뇌파로 운전하는 자동차, 협업로봇 등 다양한 미래 기술을 선보였다.

스타트업이 밀집한 유레카파크 전시관에는 프랑스가 돋보였다. 매년 갈수록 더 많은 팀을 보내는 프랑스는 이번에 역대 가장 많은 270여곳이 참여해 유레카파크를 점령했다. 전체로도 900개 가까운 프랑스 회사가 참가했을 정도로 프랑스의 존재감이 강했다. 경제장관 시절부터 스타트업 진흥에 큰 관심을 갖고 시이에스에도 방문했던 에마뉘엘 마크롱이 프랑스 대통령이 된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 한국은 어디에 있나

우리 기업도 200여곳이 참가해 4~5년 전보다 두배 가까이 늘었다. 대표 선수인 삼성전자, 엘지전자 외에도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이 동시에 참가했다. 코웨이, 바디프랜드, 골프존, 한화테크윈, 한컴그룹 등 중견기업 외에 바이로봇, 유비파이, 로보티즈 등 스타트업들도 적극 참여했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시(C)랩 스타트업들이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삼성, 엘지, 현대차 외에는 눈에 띄는 대기업이 없는 점, 정부 및 지자체 지원을 받은 많은 스타트업이 외진 곳에 부스를 차리고 있어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점, 전반적으로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기보다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일관한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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