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1.22 11:31
수정 : 2018.01.22 21:15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 토론회
공인인증서 폐지...블록체인·생체 인증 활성화도
시민단체 “개인정보 보호에 구멍 생길 수도”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한 규제 혁신 차원에서 기업이 고객 정보를 비식별화해 활용할 수 있게 하고, 민감한 개인정보로 간주돼 엄격한 보호장치가 적용되는 위치정보에서 자율차 위치정보는 제외시키는 방안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민단체 쪽에선 “신산업 육성을 위해 개인정보를 희생하려는 처사로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초연결 지능화 혁신’ 방안을 보고했다. 두 부처의 보고 안건에는 신용카드 소지자가 결제내역 등을 쉽게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게 하고, 공인인증서를 폐지하고 블록체인·생체 등 다른 인증 방식에도 법적 효력을 부여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통신설비 공동 구축·활용 길을 터 5세대 이동통신과 사물인터넷 네트워크가 조기에 구축될 수 있게 하고, ‘규제샌드박스’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들어있다.
정부는 “스마트시티와 핀테크 등에서 새로운 비지니스가 창출되고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비식별 정보 활용이 필요하다. 2016년 6월에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으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시민단체, 산업계, 4차산업혁명위원회, 관련 부처 등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기업이 고객 정보를 비식별화해 쓸 수 있게 하는 사회적 합의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자율차의 위치정보를 개인정보에서 제외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사물인 차의 위치정보만 제외시키는 것이다. 개인·위치정보와 활용 범위를 명확하게 하면서 법적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를 없애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공인인증서 폐지와 관련해서는 “인증서(전자서명) 시장이 액티브엑스를 써야 하는 공인인증서 위주로 획일화돼 있어 새로운 기술 기반의 인증수단이 도입되기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고, 블록체인과 생체 방식의 새로운 인증 서비스가 확산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의 양환정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사전 브리핑에서 “규제를 풀겠다는 게 아니라 명확히 하겠다는 것으로 봐 달라”고 강조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정보인권 보호 활동을 펴는 시민단체들은 “이번 토론회 역시 기업 쪽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 보호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지난해 비식별화 전문기관과 20여개 기업을 고객 정보 3억4천여만건을 무단 결합한 혐의로 상태이고, 자율차에서는 탑승자의 심박동수 같은 생체정보까지 수집된다는 점 등이 제대로 살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도 국제 통용성을 가져야 하는데, 비식별화 정보 활용 길을 넓히고 위치정보 범위를 좁히는 것 등은 오는 5월25일부터 시행되는 유럽연합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문 대통령은 공약에서 4차 산업혁명 선도와 함께 정보인권 보호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고, 현재 추진중인 개헌과 관련해서도 정보인권은 중요하게 다뤄질 사안”이라며 “정부가 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기업 쪽에 서서 정보인권 보호 장치 등을 낮춘다면 박근혜 정부의 창조혁신경제 정책과 다를 게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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