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요금제는 유통점 관리수수료 더 준다”…KT·SKT ‘통신비 인하 요구 정면배치’ 마케팅

그래픽_김승미

KT 관리수수료 차등지급 시작
요금 3만원짜리 아래면 4.15%
7만원부터는 8.15% 지급
SKT는 이미 지난해부터
“수천명 합치면 다달이 큰 돈”
유통점들, 고가요금제 우선 권해

그래픽_김승미

국내 이동통신 업계 1·2위 사업자인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케이티(KT)가 유통점에 주는 ‘관리수수료’를 차등 지급 방식으로 바꿔 논란이 예상된다. 유통점이 많은 수수료를 받으려고 가입자들에게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 방침에 반발하면서 유통점을 앞세워 가입자들로부터 요금을 더 받아내는 등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모양새다.

관리수수료란 이통사가 가입자들한테서 받은 요금 가운데 일부를 해당 고객을 끌어온 대리점에 떼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관리수수료 요율이 7%이고 가입자가 낸 요금이 5만원이라면, 대리점은 요금의 7%인 3500원을 받는다. 대리점이 관리수수료를 받는 기간은 가입자 유치일로부터 60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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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이통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케이티는 6.15%로 고정돼 있던 관리수수료 요율을 1일부터 4.15~8.15%로 차등화해 시행하고 있다. 가입자 요금이 월 3만원 미만일 때는 4.15%, 3만~4만5천원은 6.15%, 4만5천~7만원은 7.15%, 7만원 이상은 8.15%를 적용한다. 저가 요금제의 수수료율은 깎고, 고가 요금제는 높인 것이다.

케이티는 “이동통신 시장이 기기 변경 중심으로 바뀌고 가입자들이 결합상품에 묶여 번호이동이 줄면서 유통점들이 위기로 몰리고 있다. 유통점들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주기 위해 관리수수료 요율을 차등화한 것이다. 강제하는 게 아니라 기존과 새 기준 가운데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리수수료 요율 차등화는 에스케이텔레콤이 먼저 시작했다. 에스케이텔레콤 유통점 사장들의 말을 들어보면, 지난해부터 월 요금이 5만원 미만은 6.5%, 5만~7만원은 7.5%, 7만원 이상은 8.5%를 관리수수료로 떼주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관계자는 “고가 요금제에 가입시킨 대리점에 인센티브 차원에서 1~2%포인트만큼 더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지유플러스(LGU+)는 요금에 상관없이 7%의 관리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관리수수료와 별도로 ‘리베이트’(가입자 유치 수수료) 차등화를 통해서도 유통점이 가입자들에게 고가 요금제를 먼저 권하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8만원 이상 요금제를 선택하면 리베이트를 20만원 이상 주고, 3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하면 3만~5만원 정도만 주는 식이다. 한 이동통신 유통점 사장은 “가입자당 관리수수료 증가액은 몇백원에 불과하지만 수천명 내지 수만명 것을 합치면 다달이 꽤 큰돈이 된다.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용자들이 실제 이용량보다 많은 요금을 내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휴대전화로 음성통화만 하는 중년층이 4만원대 이상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가입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한 이동통신 유통점 사장은 “‘손주가 쓰겠다면 안 된다고 할 수 없지 않냐. 미리 월 5천원 내지 1만원 더 내면 데이터 초과 사용에 따른 요금 폭탄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 대부분 그러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 이통사 임원은 “이통 3사 가입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 이용량보다 더 내고 있는 요금을 합치면 연간 4조원을 넘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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