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12 19:48
수정 : 2018.04.1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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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걸 시민위원장(왼쪽) 등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12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이동통신요금 원가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이날 대법원 판결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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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원가자료 공개’ 판결 의미
이통사 요금산정근거 자료 공개해야
“공적 자원 이용하고 국민 삶에 중요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돼야”
업계 “원가공개와 요금인하는 별개”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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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걸 시민위원장(왼쪽) 등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12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이동통신요금 원가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이날 대법원 판결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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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대법원이 이동통신사들의 통신요금 원가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것은 통신서비스의 공공적 성격을 인정한 것으로, 앞으로 통신요금 인하 관련 정부 정책 등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통신산업은 한정된 자원인 주파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정부의 엄격한 규제를 받는 산업 중 하나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모든 기간통신사업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이용약관을 신고하거나 인가를 받아야 하고, 요금산정근거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통신사업자로부터 매년 별도 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된 영업보고서를 제출받고 이를 검증할 권한을 갖는다. ‘전기통신사업 회계구분’(과기정통부 고시)을 보면 전기통신서비스의 ‘총괄원가’는 ‘사업비용+투자보수’로 구성돼 있다. 투자보수는 유형자산·재고자산 등의 ‘요금기저’에 ‘투자보수율’을 곱해서 산정한다. 투자보수율은 정부가 정한다.
법원은 이렇게 정부가 요금산정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이통사로부터 제출받은 관련 자료들을 공개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이통사들은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며 반발했지만, 법원은 “공익적 요청이 더 크다”고 일축했다. 법원은 △이동통신서비스가 전파 및 주파수라는 공적 자원을 이용해 제공되고 국민 전체의 삶과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점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돼야 할 필요 내지 공익이 현저한 점 △이를 위한 국가의 감독·규제 권한이 적절하게 행사되고 있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두 가지 방향에서 통신요금 인하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첫째는 공개된 원가 산정 자료들이 검증되면서 그동안 이통사들의 요금산정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둘째는 통신서비스의 공공적 특성을 법원이 다시 한 번 강조함으로써 향후 정부와 국민이 적정 수준의 통신요금을 요구할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이런 가능성 탓에 판결이 나온 뒤 이통사들은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영업상 중요한 정보가 보호받지 못하고 노출될 우려가 있게 돼 아쉽게 생각한다”며 “특히 이번 판결은 기업의 영업 관련 일부 정보공개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일각에서 주장하는 요금 수준 적정성 사안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이통사 관계자도 “세계적으로 통신서비스 원가를 공개하는 사례가 전무하다”며 “특히 원가보상률을 요금인하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정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기본료 폐지는 장기 검토 과제로 미뤄졌고 대신 보편요금제가 추진되고 있지만,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기본료 폐지 운동 등이 다시 힘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이번 판결을 이동통신의 공익적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계기로 인식하고, 앞으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통신비 경감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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