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25 23:48
수정 : 2018.04.26 10:13
드루킹 여파 댓글 서비스 손질
1일 공감 클릭 무제한→50개
댓글 작성도 1분 지나야 가능
댓글 배열 순서 변경은 검토
매크로 이용 댓글조작 막기보다
자발적 의사표출 억누를 위험
네이버 뉴스 댓글의 추천(공감) 수를 조작한 ‘드루킹’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가 특정 뉴스에 댓글이 집중되는 현상을 막고 ‘공감’ 숫자 부풀리기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뉴스 댓글 서비스를 전격 개편했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인 조처를 할 때마다 곧 우회 기능을 가진 새 자동화(매크로) 프로그램이 등장하는 등 뉴스 댓글 난에서 ‘창과 방패’ 싸움이 이어져온 점을 고려할 때 드루킹 사태의 재발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시행에 들어간 네이버 뉴스 댓글 서비스 개선 내용을 보면, 24시간 동안 하나의 사용자이름(ID)으로 클릭할 수 있는 댓글 공감·비공감 수가 50개로 제한됐다. 그동안 댓글 작성은 하루 20개로 제한돼 있었으나 공감·비공감 클릭은 제한이 없었다. 하나의 아이디로 동일한 기사에 작성 가능한 댓글도 3개로 제한됐다. 댓글 하나를 작성한 뒤 10초가 지나야 다음 댓글을 쓸 수 있게 했던 것도 60초로 늘렸다. 이 밖에 한번 뉴스 댓글에 공감 버튼을 누른 뒤 10초가 지나야 또다시 공감 버튼을 누를 수 있게 했다. 10초가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공감 버튼을 누르면 “공감·비공감은 10초 내에 한 번만 클릭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 메시지가 뜬다.
이번 개선안은 댓글을 많이 달거나 공감을 많이 누르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드루킹 일당은 자동화 프로그램을 사용해 특정 댓글에 공감·비공감을 집중시키고, 이를 통해 해당 댓글이 최상단에 노출되도록 해 그것이 ‘여론’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으로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사용한 댓글 추천수 조작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권석철 큐브피아(인터넷 보안업체) 대표는 “매크로 프로그램에 더 많은 아이피(IP)와 더 많은 아이디를 동원하면 그만이고, 작성·클릭 시간제한도 매크로 프로그램을 새로 짜면 그만이다. 정상 아이피와 비정상 아이피를 구분해낼 수 있는 능력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추천 수 조작 등에 소요되는 시간이 좀 길어질 뿐 매크로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벌써 누리꾼들은 네이버의 이번 뉴스 댓글 개편이 일반 이용자들의 참여를 막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누리꾼들은 네이버의 뉴스 댓글 서비스 개편을 전한 <한겨레> 기사 댓글에서 “오히려 일반인들만 댓글 달기가 더 불편해졌다”, “네이버 대책은 일반 사용자 댓글 축소하고 매크로 프로그램 비용은 올리는 방안”, “네이버 대책은 일반 정상 유저 댓글은 막고 매크로 댓글은 활성화하겠다는 것”, “매크로를 막을 좀 더 구체적인 기술적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발족한 ‘댓글정책 이용자 패널’의 의견을 들어 추가 대책을 계속 내놓을 방침이다. 현재는 ‘순공감순’으로 기본 설정돼 있는 댓글 정렬 방식을 손질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댓글을 ‘최신순’으로 정렬하면 어떤 댓글이 ‘공감’을 많이 받았는지 등은 별 의미가 없어진다. 네이버 내부에서는 댓글 작성자의 ‘정체성’을 강화하거나 특정 사용자의 댓글은 ‘거르고’ 볼 수 있게 하는 방식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기본값 등을 이용자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방향으로 개편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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