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14 14:46
수정 : 2018.06.1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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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이동통신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8’에서 관람객들이 5G 기반 VR게임 ‘스페셜포스 VR : 유니버셜 워’를 체험하고 있다. 공동취재단/노컷뉴스 황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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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이통 3사 참여한 경매시작
총 3단계·50 라운드 대장정
주파수 28개 블럭 누가 빨리 잡나 싸움
생각보다 빨리 끝날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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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이동통신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8’에서 관람객들이 5G 기반 VR게임 ‘스페셜포스 VR : 유니버셜 워’를 체험하고 있다. 공동취재단/노컷뉴스 황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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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입찰가가 3조2천억여원에 달하는 차세대(5G)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가 15일 시작된다. 이동통신 3사가 좋은 대역의 주파수를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해 어떤 전략과 꼼수를 동원하고, 결과적으로 어느 사업자가 웃을지 주목된다. 차세대 이동통신 주파수는 자율주행·스마트시티·가상현실 등의 서비스에 꼭 필요한 전파 자원이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3사 모두 작심하고 덤빌 경우 경매가 당일 끝나지 않고, 낙찰가도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
이번 경매 절차는 부정경쟁을 막기 위해 사실상 ‘골방’에서 바깥세상과 단절된 상태로 진행된다. 14일 오전 9시부터 경기도 성남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지하 1층은 24시간 보안업체를 통해 출입이 완전히 통제된다. 경매에 참가하는 에스케이텔레콤(SKT)·케이티(KT)·엘지유플러스(LGU+)에 각각 방이 하나씩 주어지며, 각 사업자별로 임직원 3명만 입장할 수 있다. 각 방에는 휴대전화 2대와 팩스, 인터넷 기능이 없는 노트북이 놓인다. 휴대전화 역시 인터넷 연결이 안되고, 사전에 입력된 본사 2곳과만 통화가 가능하다. 전화할 때도 입회자의 허락을 구해야 한다. 점심은 도시락이 제공된다. 이 과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입회자의 감시 아래 이뤄진다.
경매는 누가 주파수를 얼마나 가져갈 지를 결정하는 1단계, 3등분된 앞·중간·뒤 대역 가운데 누가 어디를 가져갈지 결정하는 2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1단계는 총 50라운드로 진행되는데, 3사가 원하는 주파수 ‘양’이 경매에 올려진 주파수 양과 일치되면 끝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50라운드까지 진행된다. 라운드가 넘어갈 때마다 입찰가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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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경매 진행절차(*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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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매물로 나온 주파수는 3.5㎓(기가헤르츠) 대역 10㎒(메가헤르츠)폭 28개 블록, 28㎓ 대역 100㎒폭 24개 블록이다. 전국망으로 사용될 3.5㎓의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3.5㎓ 블록당 최저가는 948억원이다. 통신사들은 28개 블록 가운데 각자가 원하는 개수를 최대 50라운드까지 부르게 된다. 과기정통부가 사업자당 최대 블록수를 10개로 제한한 까닭에 이동통신 3사는 주파수를 10:10:8이나 10:9:9 비율로 나눠가질 가능성이 크다.
3사 모두 초반엔 각각 한 사업자가 가져갈 수 있는 한도인 10개씩을 부르며 탐색전을 벌이다가, 라운드가 거듭되면서 언제쯤 개수를 줄일까 눈치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라운드가 거듭될 때마다 입찰가가 0.3~0.75%씩 높아져, 괜히 버티다가는 같은 개수의 블록을 비싸게 사는 처지로 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추가적으로 도입된 것이 금액선택입찰이다. 지난 라운드 때 제시한 금액보다 높으면서 이번 라운드 제시 금액보다 낮은 가격에다 지난 라운드에서 불렀던 블록개수보다 적은 숫자를 라운드별로 2개씩 써낼 수 있다. 예건데, 직전 라운드에서 블록당 1000억원에 10개를 써냈던 이통사가 다음 라운드에서 1009억원이 제시됐을 때 “우리는 개당 1009억원에는 못산다. 1007억원이라면 우리가 9개 살 수 있다”고 밝히는 셈이다. 이런식으로 누군가 개수를 줄이면서 3사가 원하는 블록수의 합이 28개가 된다면 경매는 바로 종료된다. 수요와 공급을 맞추게 한 ‘금액선택입찰가’ 중에 가장 싼 가격이 낙찰가가 된다.
블록 개수 입찰에 이어 위치 입찰이 이어진다. 3.42~3.7㎓ 가운데 누가 앞·중간·뒤를 가져갈 것인지를 두고 경쟁하는 것이다. 희망하는 범위에 입찰할 금액을 최소 0원부터 억원 단위로 적어낸 뒤에 가격이 가장 높은 조합이 낙찰가가 된다. 앞 대역은 주파수 간섭문제로 이번에 경매로 나오지 않은 20㎒폭이 나중에 풀린다면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뒷 대역도 다음 영역이 경매로 나오면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간 대역은 주파수 간섭·혼선 없이 안정적일 것이라는 점에서 장점이지만, 어떤 게 더 큰 장점인지는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복잡해보이지만 싱겁게 끝날 수도 있다. 사업자 쪽에서 보면 어차피 가져갈 수 있는 블록 개수의 조합이 정해져 있는 상황이라 라운드를 거듭하면서 가격을 높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할당 블록개수 제한을 10개가 아니라 12개로 해야 한다고 했던 에스케이텔레콤을 제외한 다른 사업자들이 ‘많이 갖기’를 포기하고, ‘비교적 빨리’ 금액선택입찰에 들어갈 수도 있다. 6라운드까지 진행될 예정인 1일차 안에 모든게 끝날 수도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50라운드까지 가면 오는 27일에서야 종료된다.
2011년 첫 주파수 경매 때는 1.8㎓ 대역에서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의 경쟁이 붙어 4455억원에서 시작된 경매가 두배가 넘는 9950억원에 에스케이텔레콤에 낙찰되기도 했다. 경매가 과열돼 가격이 오르면 돈을 많이 쓴 통신사들이 ‘본전 회수’를 목적으로 통신비를 올릴 수도 있어 소비자 입장에선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상황을 봐야 알겠지만 (경매가 과열돼 발생하는) ‘승자의 저주’ 우려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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