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24 16:40
수정 : 2018.06.24 20:46
고영삼의 디지털 사피엔스
스마트폰을 늘 보지만 책은 언제 읽었는지 모르겠어요
Q. 책을 깊이 있게 읽어본지가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오래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의 뉴스나 사회관계망 서비스는 습관적으로 보면서도 종이신문이나 책은 잘 안봅니다. 이래도 될까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책을 본지 오래되었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5명 중 2명은 1년에 한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사실 현대인의 정보량과 정보 접근시간은 과거보다 늘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된 이후 읽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100년 전에도 헤르만 헤세는“책이 그 특별한 품격을 박탈당하고 있다”고 했으니 책과 독서의 영향력 감소는 오늘만의 일이 아닌듯합니다. 그러나 이런 추세라면 책을 읽는 것은 정말 희귀한 문화로 전락할 것 같기도 합니다. 양식있는 사람들 사이에서“이래도 되나?”하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지요.
대중의 독서량 빈곤은 확실히 스마트폰이 원인이기도 합니다. 이제까지 모든 매체는 외부의 동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오래 전에는 책이 그랬고, 대중매체가 그랬으며, 이제는 스마트폰이 그렇게 합니다. 문제는 스마트폰은 그 장점에도 불구하고 책이 가진 사색의 기능을 앗아갔다는 것입니다. 책은 확실히 호모 사피엔스로서 인간이 스스로의 내면을 보게 하는 데 탁월합니다. 우리는 가만히 앉아 책을 읽다보면 생각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을 체험합니다. 스스로 확장되고 있다는 느낌도 가질 수 있지요.
이러한 느낌은 인공지능 기술이 진화하는 시대에 더욱 필요한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정해준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유능합니다. 하지만 복합적인 상황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은 인간을 따를 수 없습니다. 역시 외적 정보를 수집하고 대응하는 능력과 더불어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내면의 깊이를 가지기로는 우리 인간만한 것이 없는 것이죠. 이러한 인간의 역량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바로 몇 세기에 걸쳐서 훈련된 인류의 독서습관에서 나온 것입니다. 결국 인간은 신기술 시대로 나아갈수록 더욱 더 책을 읽는 습관을 가져야 하는 것이죠.
질문자님, 가족과 함께 독서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요?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해서 읽고서 일요일 등 특정한 날에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일상화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의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도 예방될 것입니다. 직장이나 사회관계망을 통한 독서모임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너무 과도한 계획을 수립하여 빨리 지쳐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즐거운 독서가 기본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책만을 읽자고 고집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독서는 지식을 깊게 하기 위해서 필요하기도 하지만,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고영삼 동명대 교수(정보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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