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
[유레카] 선거와 인터넷 / 구본권 |
사이버 공간은 여론 전쟁의 최전선이다. 선거와 집회·시위에서 인터넷의 힘을 경험한 각 세력이 자원을 총동원해 여론을 조종하려 애쓴다. 가짜뉴스, 댓글과 추천 조작, 매크로 동원 등 지난 정권 시절 개인과 정당 조직은 물론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 같은 국가 조직까지 동원됐던 추악한 과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발각될 경우 치명상을 입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직적 범죄에 나선 배경엔 일부 간부들의 부도덕성과 저열한 생존동기가 있지만, 무지함의 탓도 크다. 발각되지 않고 완전범죄가 가능하며 온라인 조작이 현실세계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믿음이다. 어리석은 믿음은 여전해서 지금도 포털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댓글부대가 활약중이다.
2011년 소셜미디어와 유튜브를 도구로 꽃핀 ‘아랍의 봄’은 “인터넷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부풀렸다. 이집트의 활동가 와엘 고님은 대규모 민주화 시위를 이끌어내며 주목받았는데, 뛰어난 인터넷 기술과 전략 때문이 아니었다. 이집트 정보당국에 구금돼 실종된 그를 찾아나선 동료들의 헌신적 노력 덕분이었다.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은 1955년 앨라배마 몽고메리에서 백인에게 자리 양보를 거부한 로자 파크스의 저항으로 불붙었지만, 버스 흑백차별법에 저항하다 체포된 흑인들은 파크스 이전에도 여럿이었다. 파크스는 오랜 기간 몽고메리의 여러 흑인공동체와 교회에서의 헌신적 활동으로 지역사회에서 깊은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다. 파크스가 감옥에 갇히자 흑인 사회가 전면적 버스 보이콧에 나선 배경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굳건했던 지역주의 벽을 넘어선 후보들의 이야기가 알려지고 있다. 벽을 깨뜨린 당선자들의 공통점은 매크로와 댓글부대를 동원한 게 아니라 오랜 기간 굳은 신념을 품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활동을 해왔다는 점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