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08 21:16
수정 : 2018.07.09 02:20
음성으로 작동하는 전자기기가 늘고 있다. 최근 국내 한 기업은 사투리도 알아듣는 음성인식 기능의 에어컨을 홍보하고 있다. 통신기업과 포털기업이 경쟁하는 인공지능 스피커는 향후 음성명령이 버튼, 터치에 이은 기기 조작방법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동안 내비게이션의 목적지 입력이나 “청소 시작”처럼 한두 단어를 인식하던 음성인식이 빅데이터와 기계학습을 도구로 일상 언어 상당부분을 인식하고 처리하는 단계로 발달했다.
구글은 지난 5월 개발자대회에서 사람 목소리와 전혀 구분할 수 없는 음색과 억양에 대화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듀플렉스를 선보였다. 네이버도 이달초 음성합성에 필요한 음성 데이터 분량을 기존 40~100시간에서 4시간으로까지 단축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의 음성인식 기술 발달에 따라 터치나 조작 절차없이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는 기계와 대화하는 세상을 예고한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의 심리학자 셰리 터클은 스마트폰이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과 같다고 말한다. 첫째, 언제나 누구에게든 말을 걸 수 있다. 둘째, 원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릴 수 있다. 셋째, 결코 혼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한다. 세 가지 소원은 스마트폰 주인으로 하여금 지루할 틈이 게 만드는 기능이다. 그동안 통신기기는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연결도구였지만 음성인식과 인공지능 기술 덕분에 대화의 상대가 컴퓨터인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항상 내 명령대로 작동하고 내가 원하는 내용을 보여주는 램프의 요정같은 도구이지만, 기계와 대화가 늘어나는 현상은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기계와의 대화는 주로 특정 기능 수행을 위한 조작 명령인데, 사람간 대화에서 과업 정보의 교환은 지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사람의 대화는 상대와 감정과 생각을 주고받는 행위로, 우리는 대화 내용만이 아니라 대화 과정을 통해서 상대의 마음을 읽고 또한 자신이 어떻게 비치고 전달될지를 생각한다. 대화는 의사소통 수단인 동시에 생각과 공감의 도구이다. 셰리 터클은 최신 저서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에서 사용자가 통제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가 대화를 없애고 있다며, 디지털 세상에서 인간성의 회복 도구로 사람간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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