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09 14:38
수정 : 2018.07.09 14:41
현지유심·와이파이 구매고객 늘어
음성 ‘버리고’ 데이터 로밍 잡기 전략
국가·여행 기간 따라 케이스 다양
로밍·현지유심 구매 비교 선택해야
‘해외에서 걸어도 국내통화료’(케이티)
‘하루 3분까지는 무조건 공짜’(에스케이텔레콤)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 간에 휴대전화 해외로밍요금 할인 경쟁이 뜨겁다. 그동안 무심결에 사용했다가 맞는 ‘요금 폭탄’ 때문에 무서워서 못 썼지만, 통신사들이 앞다퉈 요금할인에 나서면서 부담 없이 쓸 만 한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데 해외로밍으로 ‘요금 폭탄’을 때리던 이통사들이 느닷없이 ‘할인폭탄’을 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케이티(KT)는 10일부터 해외에서 전화를 걸 때도 국내 음성통화 요금과 똑같이 초당 1.98원씩 부과하는 ‘로밍온(ON)’ 요금제 적용 국가를 베트남·태국·대만·싱가포르·홍콩·괌·사이판으로 확대한다고 9일 밝혔다. 지난 5월 30일부터 로밍온을 적용한 미국·중국·일본·러시아·캐나다까지 합치면 12개 국가에서 음성통화를 해도 국내통화료와 같은 요금을 매기는 셈이다. 이 서비스는 별도의 신청을 하지 않아도 케이티 가입자라면 모두 적용된다. 케이티는 “이들 국가는 7~8월 한국 여행객의 약 80%가 방문하는 곳”이라며 “직접 숙소, 식당, 렌터카 예약을 위해 음성통화를 많이 써야 하는 자유여행객들의 부담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음성 로밍’ 할인 경쟁을 시작한 것은 에스케이텔레콤(SKT)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 3월 23일부터 이용자의 별도 신청 없이 어느 국가에서 전화를 걸거나 받아도 하루 3분까지 무료인 ‘자동안심 T 로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특히 30분까지는 1만원만 과금된다. 에스케이텔레콤은 과금 단위를 ‘분’당에서 ‘초’당으로 변경해 낙전수입도 없앴다.
해외로밍은 한국 통신사 가입자가 해외 통신사의 통신망을 이용해 음성·데이터 통화를 사용했을 때 그 요금을 한국 통신사에서 해당 통신사에 대신 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국의 통신사들은 해외 통신사들과 분배·정산 방식에 대한 별도의 협약을 맺는다. 음성요금에 대해 이런 큰 폭의 할인을 해줄 경우, 통신사 입장에서는 가입자한테서 받는 것보다 많은 금액을 해외 통신사에 줘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관계자는 “기존 과금체계에서 3분이면 4110원을 고객한테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 로밍고객 120만명을 곱한 매출(49억여원)을 포기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럼 왜 이렇게 ‘밑질 수도 있는 장사’를 하는 걸까? 이는 휴대전화 요금이 데이터 중심으로 개편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 국내 휴대전화 요금제가 음성·문자는 무제한으로 주고 데이터 중심으로 재편된 것처럼, 해외로밍도 음성은 ‘버리고’ 데이터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해외에서 현지유심을 구매하거나 와이파이 에그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붙잡아두려는 전략도 있다. 만약 고객이 ‘현지유심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상, 현재 휴대전화 소비패턴상 데이터 통화를 이용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데이터요금제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에스케이텔레콤 가입자가 하루 3분의 무료통화를 이용할 수 있는 ‘자동안심 T 로밍’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결정했을 경우, 데이터 이용을 위해 하루 200MB를 기본 제공하고 이후엔 속도제한이 있는 하루 9900원짜리 ‘T 로밍 원피스 200’에 가입하거나, 지역별 데이터 로밍 요금제에 가입할 가능성이 크다. 케이티도 마찬가지로 하루 300MB의 데이터를 기본 제공하고 이후 속도제한이 있는 하루 1만1천 원짜리 ‘데이터 로밍 하루종일’ 상품을 선택하게 된다. 케이티는 이날 ‘로밍온’ 적용국가 확대를 발표하면서, ‘데이터 로밍 하루종일’ 서비스 할인 이벤트도 시작했다. 7월 말까지 온라인쇼핑몰 ‘지마켓’에서 이를 구매하면 50%를 할인해주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심교체 등이 어렵거나 귀찮은 고객들에게 음성 로밍을 제공하고, 마찬가지로 데이터 로밍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적인 흐름”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외여행을 가기 전에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먼저 자신이 가입된 통신사의 로밍 무료혜택을 비교해본 뒤 그냥 로밍서비스의 무료혜택을 이용하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현지유심을 구매해 사용하는 ‘불편함’을 감수할지 판단해야 한다. 현지나 국내에서 유심을 미리 구매해 가는 것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지역·기간별로 데이터 로밍 정액상품을 다양하게 내놨다. 이를 비교해 여행 기간과 국가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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