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17 12:18
수정 : 2018.07.17 14:49
과기정통부 장관·이통사 CEO 간담회
“경쟁 대신 ‘코리아 5G 데이’ 만들자”
‘세계 최초 차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 기록을 갖기 위해 치열한 물밑 신경전을 벌여온 이동통신 3사가 상용화 시점을 맞추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늘 막판에 한두 사업자가 치고 나갔던 전례로 볼 때 이 합의가 끝까지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박정호 에스케이텔레콤(SKT) 사장, 황창규 케이티(KT) 회장, 하현회 엘지유플러스(LGU+) 등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7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오찬 간담회를 가지면서 이렇게 합의했다. 유 장관은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 차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국가가 돼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사업자 간 최초 경쟁을 지양하고, 우리나라가 최초가 되는 ‘코리아 5G 데이’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준비와 관련한 과기정통부 장관과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 회동은 지난 1월과 2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날 합의의 배경에는 새 이동통신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이동통신 3사 사이에 ‘누가 먼저냐’를 두고 소모적인 경쟁이 이뤄진데 따른 것이다. 개인휴대전화(PCS) 때는 엘지유플러스(당시는 엘지피시에스)가 갑자기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겠다고 선언해 경쟁 업체들이 석 달 가까이 밤샘을 했고, 엘티이(LTE) 때는 상용화 시점과 반경을 놓고 ‘내가 먼저’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부와 (이통 3사가) 같이 특정 날짜를 정해서 합동브리핑 등의 방법으로 서비스 시작을 공동 발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이 이런 합의를 하게 된 배경엔 장비와 단말기 개발이 정부가 ‘상용화’ 목표 시점으로 잡고 있는 내년 3월까지 완료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지국 장비에서는 ‘국산’인 삼성전자가 전국망인 3.5㎓ 대역 장비 개발 속도에서는 중국 화웨이 등에 밀리고 있다. 장비가 늦어지면 단말기 개발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벌써 이통 업계에선 차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시점이 ‘3월’이 아니라 ‘상반기’라고 말까지 나온다. 결국 모든 이통사가 같은 환경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굳이 ‘최초’ 경쟁을 하기보다 서비스 공동개시 때까지 서비스 준비에 전념할 시간을 벌었다는 분석과 함께 “삼성전자가 최대 수혜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유 장관은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 대한 통신사들의 협조도 당부했다. 그는 “가계통신비 인하에 통신사들이 많은 노력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5G로 넘어가면 전화사용요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끝난다. 통신비를 줄여드려야 하는 그 숙제를 다시 한 번 강조 드리고 지혜를 모아주시면 저도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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