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23 07:01
수정 : 2018.07.23 19:24
|
한겨레 자료사진.
|
휴가철 풍경도 달라졌다. 휴가를 떠난 많은 사람들이 휴가지에서의 순간을 소셜미디어에 수시로 올리는 통에 소셜미디어로 연결된 사람들끼리는 상대가 어디로 휴가를 가서 무엇을 했는지 훤하게 알고 있는 세상이다.
휴가와 여행은 일상의 시간과 공간을 떠나는 일이었다. 이는 평소 일터와 가정에서 가족이나 동료들과 맺어온 관계를 떠나, 자신이 선택한 시간과 공간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행위였다. 스마트폰 시대는 휴가와 여행에 담겨 있던 ‘일상적 시공간으로부터 탈출’이라는 의미도 바꾸고 있다. 일상의 공간을 떠나 자신만의 공간으로 이동했지만 여전히 연결된 상태라는 점이 휴가가 주던 비일상적 시공간으로의 이동이라는 의미를 옅게 만들고 있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에 빠져드는 현상을 설명하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 있다. 거대한 흐름으로부터 소외될지 모른다는, 고립에 대한 두려움을 기피하려는 심리를 설명하는 용어다. 최근엔 ‘조모(JOMO: Joy of missing out)’라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네트워크과 디지털 기기로부터 차단된 상태를 선택하는 ‘고립의 즐거움’이라는 뜻의 신조어다.
‘고립의 즐거움’은 새로운 마케팅 요소가 되고 있다. 몇해 전부터 입실시 스마트폰을 수거하거나 와이파이를 제공하지 않는 등 디지털 디톡스 체험을 강조하는 숙박시설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어 최근 ‘조모’를 앞세운 서비스도 늘고 있다. 지난 5월 구글 연례개발자대회에서 구글의 최고경영자 순다 피차이는 ‘조모’를 강조하며 디지털 기기를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웰빙’의 도구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신형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엔 스마트폰과 앱의 사용패턴과 시간, 빈도 등을 모니터할 수 있는 ‘대시보드’, 야간에 화면을 흑백으로 전환하는 모드와 앱 사용시간 제한 등의 기능이 추가됐다. 애플도 유사한 앱 리미츠 기능을 최근 추가했다.
‘고립의 즐거움’을 앞세운 기능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사용자에게는 수많은 앱 장터에 한두개 아이템이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 휴가가 소중한 까닭은 비로소 온전히 자신이 시간의 주인이 되는 시공간이라는 점이다. 디지털 웰빙 앱이 사용자를 시간의 주인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휴가는 습관적으로 의존해왔던 디지털 도구를 자신이 주도적으로 사용하는 훈련을 해볼 수 있는 자신만의 시공간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