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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09 05:00 수정 : 2018.08.09 08:52

‘승차 공유’ 서비스 운영중
당국 ‘위법영업’ 이유로 급제동
사업전 ‘합법’ 법률자문 거쳤는데…
스타트업계 “규제 풀어달라” 호소

“한쪽에서는 스타트업을 혁신성장의 주역처럼 치켜세우고, 다른 한쪽에서는 질서와 안전을 해치는 범법자 취급을 한다.”

최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위법 영업’을 이유로 스타트업 사업을 잇따라 가로막자, 스타트업 업계가 정부의 ‘혁신성장’ 행보가 “모순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스타트업 ㄱ업체는 올해 3월부터 구청과 시청으로부터 실태조사를 받고 있다. “위법이라는 민원이 들어왔다”는 이유였다. 이 업체는 전세버스 사업자들과 손잡고, 출퇴근 시간대에 전세버스가 필요한 승객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청 교통지도과는 지난달 이틀에 걸쳐 전세버스 하차지점을 예고 없이 방문해 기사와 승객 인터뷰를 하고 사진을 촬영했다. 위법 여부를 현장조사한다는 취지였다.

ㄱ업체와 계약을 맺은 전세버스 기사와 이용자들은 당황했다. 이 업체의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시 담당자가 자신의 소속이나 조사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일반 회원에게 월 회비와 출근 시간 및 경로 등을 캐묻고,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사진을 촬영해서 공포심을 느끼신 분들도 있다. 출근이 지연됐다거나 초상권 침해라고 ㄱ업체에 항의한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아직 행정처분을 통보하지는 않았지만, 구두로 사업중단을 요구한 사실이 언론보도로 알려진 뒤 투자 협상에 곤란을 겪었다.

최근 국토부와 서울시로부터 ‘위법 영업을 중단하라’고 공식 통보를 받은 ㄴ업체 상황도 비슷하다. 이 업체는 승객이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 이용을 신청하면 렌터카를 장기 임대한 업체 직원이 대리기사로 신분을 바꿔 승객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태워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ㄴ업체 직원의 수익이 손님 유치를 위한 “구역 내 배회 등 일종의 영업행위에 대한 대가도 포함돼 있다”며 택시 같은 이동서비스 용역이라고 보고 여객운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ㄴ업체는 “기사가 길거리에서 손님을 태운다든지 한다면 배회 영업을 한다고 볼 수 있지만, 우리 기사는 손님의 스마트폰 앱 호출을 받기 전까지 어떠한 영업도 할 수 없다”면서 위법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ㄱ·ㄴ업체 모두 사업 시작 전에 ‘합법’이라는 법률 자문을 거쳤지만, 정부 규제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ㄴ업체는 정부와의 법정 다툼까지 각오한 상황이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달랠 수는 없었다. ㄴ업체 관계자는 “벤처캐피털 2곳에서 총 30억원을 투자받기로 한 상황에서 정부 규제 사실이 알려져 모두 중단된 상황”이라며 “2년의 사업 준비 기간을 거치고 고객 호응도 높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기업들로 구성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은 8일 ‘스타트업은 범법자가 아닙니다. 더 이상 규제혁신을 방치하고 변화를 지연시키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며 이런 상황을 비판했다. 코스포는 “현재 정부는 네거티브 규제, 규제 샌드박스 등 신산업 제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현장은 대통령이 강조하는 네거티브 규제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스타트업은 방어적으로 사업을 하고, 투자자는 한국 규제상황에 움츠러들고, 혁신성장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또 “해당 기업(ㄱ업체)도 초기에 서울시 지원을 받았다니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혁신성장과 규제혁신을 외치지만 정작 스타트업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신음하고 있다”며, 정부를 향해 디지털 플랫폼 산업 성장을 위한 규제혁신과 이해관계자들이 모인 사회적 대화 창구 마련을 요구했다.

규제 당국도 “민원에 의한 정상적인 행정절차를 진행한 것일 뿐”이라며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교통지도과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오면 현황조사를 하고, 조사를 토대로 민원인에게 회신해야 한다”면서도 “현행 법규만으로는 위법이냐 아니냐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해당 업체들이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의 새 사업 모델일 수도 있어서 딱 어느 쪽이 맞다, 아니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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