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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22 14:02 수정 : 2018.08.23 09:08

자료 이미지. 픽사베이

스포티파이 유저 리서처 백원희씨 인터뷰

“사용자 중심 기업 되려면
기획-실행-평가 모든 과정에서
사용자 연구조사 필요”
“가장 작은 단위 조직에 의사결정 권한 준
스포티파이 분산형 조직문화 중요“

자료 이미지. 픽사베이
“(기업이) 좋은 ‘사용자 경험(UX·User Experience)’을 제공한다는 것은 사용자에게 물어보지 않고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컨셉과 디자인이 있더라도 그것이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아무 소용이 없거든요.”

세계적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스포티파이(Spotify)’에서 사용자 연구조사원(User Researcher)으로 일하는 백원희씨의 말이다. 스포티파이는 애플뮤직, 유튜브 프리미엄 등 ‘테크 자이언트’ 기업이 운영하는 음원 서비스를 제치고 세계 음원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 한국에는 진출하지 않았지만 세계 65개국에서 스포티파이로 음악을 듣는 사람 수는 1억8000만명이며, 이 가운데 8300만명은 매월 9.99달러를 내는 유료 구독자다(올해 6월 기준).

스포티파이의 성공 비결로는 사용자 중심 서비스와 혁신적인 조직구조가 손꼽힌다. 백 연구원은 두 가지 성공 요인이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사용자 연구조사라는 직무가 스포티파이라는 조직 안에서 더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서강대 경영학과 학사, 컬럼비아대 문화인류학 석사를 졸업한 백 연구원은, 디자인 컨설팅 업체 컨티늄(Continuum)의 디자인 전략가, 정보통신(IT) 기업 아이비엠(IBM)의 사용자 경험(UX) 연구조사원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스포티파이에서 사용자 연구조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백 연구원이 지난 7월19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 테헤란로 런치클럽에서 발표한 ‘실무자 관점에서 본 스포티파이의 사용자 연구조사 방식’ 내용과 청중 질의·응답, 이후 한겨레와의 추가 서면 인터뷰를 정리했다.

“유저 리서치를 언제, 어느 단계에서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많다. 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 테스트, 실행하는 모든 과정, 모든 단계에서 유저 리서치를 하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백 연구원은 스포티파이의 경우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는 단계, 베타 버전을 만들어 실행하는 단계, 정식 출시 뒤에 평가하는 단계에서 모두 사용자 연구조사를 중시한다고 했다. 스포티파이의 특수한 조직구조, 인력배치는 이를 뒷받침해준다. 스포티파이는 가장 작은 단위의 팀인 ‘스쿼드(squad)’와 이러한 스쿼드들이 모인 ‘트라이브(tribe)’, 그리고 트라이브들이 모인 ‘얼라이언스(alliance)’로 구성된다. 특히 8명 이하로 구성된 스쿼드(팀)는 ‘윗 부서’의 결재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 조직의 가장 작은 팀이, 특정 서비스의 기획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것이다. “유저 리서치 업무를 담당하는 팀이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곳과 따로 떨어져 있을 경우, 담당 팀끼리만 연구 내용을 이해하고 넘어가 버리기 쉽다. 해당 연구를 더 발전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스포티파이의 조직문화에서는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더 효과적으로 연구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쿼드 안에서도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사람은 없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존재하지만 팀원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스쿼드는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사용자 연구조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스쿼드 안에서 구성원들이 납득할 만한 근거들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연구조사원은 데이터 과학자와 함께 스쿼드 3~4곳에 동시 결합해 일하면서, 각 스쿼드가 납득할 만한 근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백 연구원은 “데이터 과학자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들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밝혀낸다면, 사용자 연구조사원은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면서, “사용자 연구조사원이 어떤 인사이트를 도출해내면 데이터 과학자들이 해당 인사이트와 관련한 데이터를 찾아내서 뒷받침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과학자가 정량적 사용자 연구조사를 한다면, 백씨는 대면 인터뷰 등 질적인 방법으로 사용자 연구조사를 수행하는 셈이다.

스포티파이 조직문화 소개 이미지 일부 갈무리
예컨대 백 연구원은 ‘프리(free, 무료 사용자)’ 얼라이언스에 속한 한 스쿼드에서 ’아직 스포티파이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새로운 음악을 어떻게 검색하는지’를 조사했다. 광범위한 인터넷 사용자를 대상으로, 스포티파이 무료 사용자를 늘릴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스포티파이를 ‘아직’ 쓰지 않는 사람들을 스포티파이 사무실로 초대해 이들의 경험과 바라는 점을 들었다. 스포티파이의 ‘예비 사용자’가 새로운 음악을 접했을 때 어떤 검색 사이트를 이용하며, 검색을 통해 얻고자 하는 주요 정보는 무엇인지 파악한 것이다.

조사결과, 사람들은 새로 접한 음악이 다른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해당 음악을 좋아하는지 궁금해했다. 하지만 당시 스포티파이 누리집은 회원가입을 하지 않은 사용자에게 음악과 관련한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해당 스쿼드는 사용자 연구조사 결과를 반영한 비회원용 페이지를 새로 만들었다. 스포티파이에 회원가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스포티파이 안에서 해당 음악의 인기 순위는 어떤지, 어떤 지역 사용자들이 특히 해당 음악을 즐겨 듣는지 등의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인터넷 검색으로 유입된 사용자들의 회원 가입률이 높아졌다.

사람들이 실제 어떤 환경에서 스포티파이를 사용하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사용자의 집을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백 연구원은 “사생활을 공개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내가 먼저 스마트폰으로 나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어서 사용자에게 보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백원희 스포티파이 사용자 연구조사원의 모습.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사용자 중심’을 강조하면서도, 사용자 연구조사를 전담하는 인력을 두는 기업은 많지 않다. 지난 7월19일, 창업을 준비 중인 작은 스타트업 구성원부터 대기업 직원에 이르기까지 150여명에 달하는 청중이 백 연구원의 발표를 들으러 왔다. 이들은 개발자, 데이터 과학자 등 다른 동료들이 사용자 연구조사원의 말에 어느 정도로 귀 기울이는지, 기획자나 디자이너가 사용자 연구조사 업무를 병행하는 것과 전담 인력을 두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 실무 차원의 질문과 고민을 토로했다.

백 연구원은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만약 사용자 연구조사를 수행했는데, 최종 의사결정을 ‘윗분’ 몇 사람이 결정하는 수직적 조직이라면 사용자 연구조사는 단순한 레퍼런스(참조)에 그치기 쉽다. 스포티파이는 의사결정 권한을 독점하는 사람이 없고 팀(스쿼드)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팀원들이 사용자 연구조사에 많이 의존하고 연구원과 자주 상의한다.”

모바일·웹 사용성 분야의 전문가인 제이콥 닐슨은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사용자를 어느 정도 중시하느냐를 기준으로, 기업의 ‘사용자 경험(UX) 성숙도’를 1~8단계로 나눴다. 가장 낮은 단계인 1단계는 기술 위주의 관점에서 제품을 완성하기에 급급한 수준이며, 4단계에 이르면 기업이 사용자 경험을 위한 예산을 따로 책정하고, 가장 높은 수준인 8단계에서는 기업이 사용자 연구조사를 통해 회사의 우선순위 프로젝트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백 연구원은 “스포티파이가 사용자 연구조사를 기반으로 제품개발을 해 나간다는 점에서 사용자 경험(UX) 성숙도가 꽤 높은 수준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사용자 경험을 내부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중이거나 간단하게 사용성 평가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있다면 사용자 연구조사 인력을 풀타임으로 두기에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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