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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05 13:51 수정 : 2018.09.05 20:47

스마일게이트 노조 누리집 갈무리

넥슨 이어 게임업계서 두번째
민주노총 화섬노조 지회로
애칭은 ‘SG길드’…조합원 가입 시작
포괄임금제 폐지·조직문화 개선 목표
“게이머에게 신뢰받는 회사 만들 것”

스마일게이트 노조 누리집 갈무리

“비상식의 벽을 레이드하자”(레이드: 온라인게임에서 다수의 이용자가 능력치 높은 몬스터를 함께 공략하는 것)

넥슨에 이어 국내 중견 게임업체인 ‘스마일게이트’에도 5일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스마일게이트지회는 이날 ‘설립선언문’을 통해 노조 설립 사실을 알렸다.

약칭으로 ‘SG(스마일게이트의 영문 약자) 길드’를 택한 지회는 설립선언문에서 “회사는 매년 엄청난 매출을 내고 있으나 포괄임금제 속에서 우리의 임금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며 “무리한 일정을 지켜야만 했기에 유연근무제는 전혀 유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일을 하지만 비정규직이어서 불안에 떨었고, 정보는 차단되고 의사결정은 불투명한데 책임과 과로의 위험은 언제나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고 돌아봤다.

스마일게이트는 9개 계열사에 직원 2200명이 근무하며, 크로스파이어·프리스타일 같은 온라인게임과 에픽세븐·워레인 같은 모바일게임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5713억원에 영업이익 3775억원을 냈다. 창업자 권혁빈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포브스>가 꼽은 ‘한국의 부호’에서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을 누르고 4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고용노동부의 시정지시까지 받았다.

지회는 이런 불합리를 개선해 개발자의 자존감을 지켜내겠다고 선언했다. 지회는 구체적으로 포괄임금제 폐지, 조직별 업무환경을 고려한 유연근무제 도입, 의사결정의 투명화와 합리적 조직문화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지회 설립을 주도한 차상준(35) 지회장은 2011년에 스마일게이트에 입사한 개발자다. 차 지회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게임이 재미와 돈벌이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그 균형이 깨져 게이머들에게 신뢰를 잃어가고 있고, 노동자들은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방법도 없었다”며 “한 명의 게이머이자 개발자로서,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즐거워야 즐거운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을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차상준 스마일게이트 노조 지회장과 일문일답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2011년에 입사했고, 게임기획 업무를 한지는 10년 정도 됐다.”

- 노동조합 설립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7월1일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노동시간 단축을 앞두고 6월말 직원들의 투표로 ‘근로자대표’가 됐다. 회사는 유연근로제를 도입하려고 했는데, 회사의 문서에 서명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근로자대표는 회사가 불러주기 전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노동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싶었지만, 수렴할 시간조차 부여되지 않았다. 근로자대표 제도 자체의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했고,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 노동조합이 게이머들과 함께 하겠다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게임회사들이 게이머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재미와 돈벌이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균형이 깨져 신뢰를 잃고 있다. 나도 한명의 게이머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명령을 받아 일하는 개발자로서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 없었다. 회사가 유저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노동조합을 통해 의견을 제시하고 싶다.”

- 비정규직과 함께 하겠다는 내용도 있는데.

“부서별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분들도 있다. 큐에이(QA·개발된 게임을 테스트하는 직무) 쪽은 정규직·비정규직·파견직이 혼재돼 있다. 과연 얼마만큼 다른 일을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고, 자동차 회사에서 왼쪽 바퀴는 정규직이 조립하고, 오른쪽 바퀴는 비정규직이 조립하는 일이 우리 회사에는 없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했다. 그런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 “개발자로서의 ‘자존감’을 지켜내겠다”고 했다.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윗사람은 책임지지 않으려 하거나, 시스템의 문제를 노동자들의 능력 부족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들이 바로 개발자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자괴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우리보다 선배 세대들은 오피스텔에서 라면만 먹으면서 게임을 개발했고, 후배들은 게임이 좋아서 오는 개발자들도 있지만, 일정 수준에선 노동조건이 ‘안정적’이어서 오는 분들도 있다. 게임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시대가 변해서 세대에 따라 다양한 층위가 생겼는데, 가장 높은 사람들은 옛날 생각과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이런 조직문화를 개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게이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게임을 만드는, 즐거움을 만드는 사람이다. 개발자가 즐거워야 게이머도 즐거울 수 있다. 노동조합이 한번에 많은 것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노동조합이 게이머들이 즐거운 게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말을 게이머들에게 꼭 하고 싶다.”

.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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