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11 14:17
수정 : 2018.09.1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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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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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11일 제7차 일자리위원회 발표
2019년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설립 계획
팀 프로젝트 기반 IT 인재 양성 목표
한국IBM-교육부, 2019년 ‘피-테크’ 설립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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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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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대학 졸업장은 중요하지 않다. 인공지능(AI)과 정보기술(IT)을 다룰 실무자 교육이 필요하다.”
미국의 정보기술 기업 아이비엠(IBM) 최고경영자 버지니아 로메티가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로메티는 그 뒤에도 공식 석상에서 발언을 할 때마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직업 일부가 사라지겠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며, ‘뉴칼라(new collar)’라는 신조어를 사용했다. 뉴칼라란 블루칼라도 화이트칼라도 아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롭게 등장할 직업들을 통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7차 일자리위원회에서 발표한 소프트웨어분야 일자리 창출 대책에 이런 ‘뉴칼라’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칭) 설립이 포함됐다. 과기정통부는 내년에만 350억원을 투입하고, 500명을 교육할 계획이다. 노경원 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정책관은 “아카데미는 2년제 비학위과정으로 운영할 예정이며, 비영리 민간 법인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칼라 양성의 핵심은 새로운 교육방식이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전공·학력·국적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학생을 선발하며, 교육은 팀 프로젝트 기반으로 진행된다. ‘강사·교과서·학비 없는 스타트업 육성학교’로 불리는 프랑스의 정보통신기술 학교 ‘에콜42’를 모델로 삼았다.
에콜42는 4주에 걸쳐 입학생을 선발하는 ‘라 삐신’(La piscine, 한국어로는 ‘수영장’을 의미) 과정이 유명하다. 라 삐신 과정 동안 지원자들은 매일 아침 풀어야 할 과제를 부여받는다. 지원자들은 매일 어려워지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관련 지식을 제대로 모아야 하며, 옆자리 지원자와 협업하지 않을 수 없다. 에콜42를 사재로 설립한 프랑스 이동통신사 ‘프리’의 자비에르 니엘 프리 회장이 오늘날 필요한 인재의 덕목으로 자발적 문제 해결 능력과 동료와 협업 능력을 우선시한 까닭이다. 라 삐신 참가자 선발은 온라인상에서 논리력 시험으로 이뤄지며, 코딩을 전혀 몰라도 지원할 수 있다. 에콜42는 2013년 설립 뒤 여러 스타트업을 배출했으며, 유럽 최대 모빌리티 기업 ‘블라블라카’의 핵심 멤버들도 에콜42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과기정통부는 새 교육과정의 필요성에 대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인력의 양적, 질적 미스매치 해소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인공지능,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클라우드, 빅데이터 분야의 소프트웨어 인력이 3만2천여명 부족하다고 전망한 바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일손이 부족한데 뽑을 만한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노경원 소프트웨어정책관은 “이러한 새 교육과정은 스타트업 관련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구해온 것”이라며 “또 취업시장이 점점 신입보다 경력자를 우선 채용하면서 청년 입장에서는 경력이 없어서 취업이 안되는 악순환이 있다. 청년들이 취업하지 않더라도 경력을 만들어주는 그런 형태로 교육방식을 바꿀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과기정통부는 기존 사업인 소프트웨어중심대학 지원을 올해 25개에서 내년 35개로 확대하고, 2022년까지 기존 대학 6곳에 ‘인공지능 대학원’ 설치를 지원한다. 아카데미 졸업 인력을 포함해 2022년까지 소프트웨어 실무인재 4만명, 핵심인재 4천명을 기르는 것이 과기정통부의 목표다.
한편, 한국아이비엠도 교육부와 협업해 뉴칼라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 ‘피-테크’(P-TECH·고숙련 일·학습 병행)를 내년에 한국에 설립할 계획이다. 피-테크는 고등학교와 전문대 과정(5년)을 연계해서 가르치며, 정부·기업·교육계가 긴밀히 협업하는 모델이다. 2011년 미국 뉴욕에서 뉴욕시 교육청, 뉴욕시립대와 아이비엠이 함께 설립한 뒤 현재까지 미국 8개주와 호주·모로코·대만·싱가포르 등에 약 110개가 운영 중이다. 한국아이비엠은 오는 17일 교육부와 업무 및 교육 파트너 협약식을 맺을 예정이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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