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목소리 구별하고 다르게 반응
한국어·영어 등 2개언어 동시지원
유튜브·넷플릭스 연동 콘텐츠 재생
LG 가전들과 사물인터넷 연동
국내 통신사들 기기 무료공세
얼마나 버텨낼지에 성패 달려
그래픽_김승미
구글의 인공지능(AI) 스피커 ‘구글홈’이 국내에도 출시된다.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을 바탕으로 한 ‘확장성’과 말한 사람이 누구인지 구분해내는 ‘화자인식’이 강점이다. 통신 3사와 네이버·카카오가 이미 장악하고 있는 국내시장을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글홈은 2016년 11월 미국을 시작으로 해외시장엔 이미 출시됐지만 한국어는 지원되지 않았다.
구글코리아는 11일 서울 한남동 유엔빌리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어 지원 기능이 탑재된 ‘구글홈’과 ‘구글홈 미니’를 18일부터 판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글홈 가격은 14만5천원, 구글홈 미니는 5만9900원으로 책정됐다.
구글 홈(왼쪽)과 구글 홈 미니.
구글은 구글홈의 강점으로 “말하는 사람의 음성을 분석해 누구인지 구별해내는 ‘화자인식’(보이스매치) 기능”을 꼽았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하는 최대 6명의 음성을 구별해, 같은 명령을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내놓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오늘 일정’을 물었을 때, 남편과 아내에게 각각 구글 계정에 저장된 일정을 알려주고, 음악을 틀어 달라 하면 각자가 선호하는 음악 플레이 리스트를 제공한다.
글로벌 기업답게 다중언어를 지원하는 것도 특징이다. 한국어·영어·독일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스페인어·일본어를 지원한다. 사전에 두개의 언어를 지정해 영어로 물으면 영어로, 한국어로 물으면 한국어로 답변한다. 구글은 “다문화가정이나 언어 학습에 활용하고 싶은 가정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구글홈에 음성명령을 해, 유튜브와 크롬캐스트, 넷플릭스 콘텐츠를 연계된 텔레비전 화면 등에 재생할 수 있다. 구글홈을 구매하면 광고없이 유튜브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6개월 이용권을 덤으로 준다. 벅스뮤직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시원스쿨의 영어교육 콘텐츠, ‘망고플레이트’의 맛집검색 서비스도 구글홈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구글홈과 연동되는 가전제품들도 공개됐다. 225개 기업의 5천여종으로, 엘지(LG)전자의 에어컨·냉장고·세탁기·로봇청소기와 경동나비엔 보일러, 코웨이 공기청정기 등도 포함됐다. 예컨대, 사용자가 구글홈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오케이 구글, 빨래 다 됐어?”라고 물으면, 구글 어시스턴트가 “세탁 모드가 진행 중이며, 50분 후 모든 작업이 완료됩니다”라고 알려준다. “오케이 구글, 공기청정기 약풍으로 바꿔줘”라고 하면, “네, 공기청정기 속도를 약풍에 맞춰 설정합니다”라고 말하며 공기청정기 바람 세기를 조절해준다. ‘빅스비’라는 독자 인공지능 플랫폼 구축에 나선 삼성전자는 구글과의 연동 계획이 현재까지는 없는 상태다.
구글은 하나의 ‘구글 어시스턴트’라는 플랫폼으로 다양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구글홈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기본 제공되고, 지난달 국내 출시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안드로이드 오토’와도 연동되기 때문에 구글홈을 쓰면 굳이 여러 인공지능 플랫폼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글홈이 국내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통신사들의 ‘무료 공세’에 얼마나 버텨내는지와 사물인터넷 생태계 확보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은 케이티(KT)의 ‘기가지니’, 에스케이텔레콤(SKT)의 ‘누구’, 엘지유플러스(LGU+)·네이버의 ‘클로바 프렌즈’, 카카오의 ‘카카오 미니’ 순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통신사 제품의 점유율이 높은 것은 통신사들이 통신서비스 상품을 사용할 경우 스피커를 사실상 공짜로 제공하기 때문인 이유가 크다. 국내 업체들은 최근 ‘버전업’한 새 스피커를 이미 시장에 출시한 상태다.
국내시장에서 후발 주자인 구글홈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사물인터넷 연동 제품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국내 업체들은 가전제품에서 변기·환풍기에 이르기까지 연동 제품군을 확보하고, 건설사·인테리어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스마트홈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직까지 국산 사물인터넷 제품군과의 연동은 국내업체들이 우위에 있는 셈이다. 게다가 카카오가 하반기 안에 ‘스마트홈’ 플랫폼인 ‘카카오 홈’을 출시할 계획이고, 삼성전자도 빅스비와 연동되는 인공지능 스피커 ‘갤럭시 홈’을 오는 11월 내놓을 예정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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