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12 14:57
수정 : 2018.09.1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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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의 송금봉투 서비스 화면. 지난달 23일 ‘축 결혼’과 ‘부의’ 봉투가 추가됐다. 카카오페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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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 모바일 송금봉투 서비스에
‘축 결혼’·‘부의’ 봉투 추가
“차분하게 보낼 부의 봉투 만들어달라”
사용자 요청 받아들여
12일부터 ‘한가위’ 시즌 봉투도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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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의 송금봉투 서비스 화면. 지난달 23일 ‘축 결혼’과 ‘부의’ 봉투가 추가됐다. 카카오페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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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에 사는 회사원 강아무개(30)씨는 최근 지인이 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다. 강씨는 지인에게 부의금을 전하려고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지인은 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괜찮다”고만 했다. 강씨는 고민 끝에 상대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돈을 보낼 수 있는 모바일 간편송금 서비스를 이용해 지인에게 부의금을 전달했다.
지난달 23일 카카오페이는 강씨처럼 간편송금 서비스를 이용해 경조사를 챙기는 사용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반영해, ‘축 결혼’, ‘부의’ 등의 문구가 쓰인 ‘온라인 송금 봉투’ 기능을 추가했다. 카카오페이의 송금 봉투 서비스는 지난해 6월 ‘고마워요’, ‘축하해요’, ‘아껴써라’, ‘옜다 용돈’ 등의 문구로 시작됐다. 이 서비스는 사용자가 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때, 온라인 봉투에 넣어 전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용자가 송금 봉투를 쓰겠다고 선택하면, 카카오톡 채팅창에 금액 대신 봉투 이미지가 뜬다.
이런 봉투 서비스의 탄생에는 다른 간편송금 서비스와 달리 카카오톡 메신저에 기반을 둔 카카오페이의 고민이 담겨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간편송금으로 돈을 보냈을 때 금액이 바로 노출되는 상황이 민망하여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들이 있어 송금의 여러 상황에 맞게 쓸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아 봉투를 도입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카카오 선물하기와 같이 카드 형태로 적용하는 방향도 고민했지만, 오프라인에서 현금을 주고받을 때 인사를 건네는 감성 그대로 온라인에 가져오고자 송금 봉투 기능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송금봉투 서비스 출시 뒤 1년이 지나서야 결혼식, 장례식처럼 특별한 상황에 쓰는 봉투를 추가한 것은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서다. 카카오페이 고객센터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부의금처럼 차분하게 전달해야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봉투도 도입되면 좋겠다”는 제안이 잇따라 접수됐다. 여기에 카카오페이 사용자들의 서비스 이용 패턴 데이터도 뒷받침됐다. 올해 가장 높은 혼인 건수를 기록한 5월에 카카오페이 송금 이용 건수는 전월 대비 15% 이상 증가했다. 카카오톡 친구에게 카카오페이로 송금하는 사용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송금 봉투 기능을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송금 서비스 이용자 중에는 20대의 비중이 가장 높지만, 송금 봉투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용자들이 두루 쓰는 모습이 보였다. 설 명절이 있었던 올해 2월, 입학 시즌인 3월에는 송금 봉투 이용률이 20~40% 가량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경조사 봉투 추가를 결정한 뒤에도 “부의금 봉투의 ‘톤앤매너’에 대해선 많은 논의 과정을 거쳤다”고 카카오페이 쪽은 설명했다. “다른 봉투들이 모두 한글로 표기되어 있는데 부의 봉투만 한문으로 표기해도 될 지, 하얀 국화꽃 이미지를 넣으면 부의 봉투라는 인지에 도움이 될 지 아니면 오히려 가벼워 보일지, 다른 봉투들처럼 ‘봉투 확인하기’를 눌렀을 때 봉투가 노란색으로 변하고 동전이 터지는 효과를 유지해야 할 지 등등 서비스 기획 담당, 디자인 담당, 개발 담당이 모여 논의를 거듭했다.” 최종적으로는 “오프라인에서 사용하는 봉투와 가장 유사하게 하자”는 방향이 정해져, 하얀 봉투에 한문으로 ‘부의’라는 글자를 넣고 봉투 한쪽 모서리에 검은 띠를 두르는 디자인이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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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의 송금봉투 서비스 화면. 카카오페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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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는 한가위 명절을 맞아 12일부터 30일까지 한시적으로 한가위 봉투도 추가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새 해, 어린이 날, 어버이 날 등 특별한 날을 위한 시즈널 테마형 봉투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지속적으로 사용자 의견을 경청해 직접 돈을 건네기 불편한 상황이나 지금 있는 봉투로 대신할 수 없는 송금 상황에 필요한 봉투 디자인과 효과를 고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4일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국내 간편송금 이용건수는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1억6293만건으로, 올해 연말까지 3억9103만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2016년의 5113만건과 비교하면 362.2% 늘어난 수치다. 국내 간편송금 서비스 가운데 이용자가 가장 많은 곳은 2015년 2월 간편송금 서비스를 국내 처음으로 시작한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로, 이용 고객이 약 800만명에 달한다. 후발주자인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에 기반해 토스를 맹추격하고 있으며, 토스와 카카오페이 두 곳이 국내 간편송금 시장 점유율 95%를 차지하고 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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